美 통화 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에 만기 앞둔 자금 100조 수신경쟁까지 금리 4%대 정기예금 상품도 늘어 당국 “과도한 경쟁 없게 선제 대응”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장기화되고, 지난해 10월 불거진 레고랜드 사태 후 고금리로 예치됐던 100조 원 규모의 예적금 만기(1년 만기 상품 기준)가 돌아오며 시중금리가 일제히 뛰고 있다. 대규모 자금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은행권 수신 경쟁이 대출 금리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를 돌파했지만 되레 가계대출 증가 폭은 더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주담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기준을 높이는 등 강도 높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놨지만 가계빚 증가세를 잡지 못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1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270∼7.099%다. 상단 금리가 지난달 말보다 0.130%포인트 올랐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두 달 연속 하락하며 하단 금리는 소폭 내렸지만 시중은행들은 시중금리 상승을 감안해 상단 금리를 올렸다.
예적금 금리도 오름세다. 은행연합회에 24일 공시된 19개 은행의 36개 정기예금(만기 1년 기준) 가운데 10개 상품이 최고 연 4%대의 금리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연 4%대 상품은 5개에 불과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당시 5%대로 유치됐던 예적금이 100조 원에 이르는 만큼 은행들이 수신 잔액을 유지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는 은행들의 수신 경쟁이 조달 비용을 늘리고 결국 대출 금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1일 비상거시경제회의에서 “4분기(10∼12월) 고금리 예금 만기 도래 등에 따른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이 재발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