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 상담교사 배치 학교 42% 그쳐 교육청은 교사 1명이 年200명 교육 가해학생 8명 모아 집단강의 급급 “맞춤형 교육으로 학폭재발 방지를”
충남의 한 교육지원청에 근무하는 상담교사 A 씨는 지난해 약 200명의 중고교 학교폭력(학폭) 가해 학생 특별교육을 혼자 전담했다. 나머지 교사 2명은 각각 초등학생과 학부모 교육을 맡았다. 일주일에 3일은 상담교사가 없는 관내 학교에 순회 근무를 가야 해, 이틀간 몰아서 교육 대상자를 교육할 수밖에 없었다. 신청자가 많을 때는 한 번에 8명을 불러 하루 4∼7시간의 특별교육을 진행해야 했다. 그러나 학폭 관련법 설명 등 강의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A 씨는 “학생이 많으니 집단 상담을 할 수밖에 없는데, 처음 보는 학생들 앞에서 속내를 터놓고 말하기 쉽지 않다. 시간만 때울 뿐 학생들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재발 방지 효과 없는 특별교육
교육청에서 주로 학폭 특별교육을 담당하는 곳이 ‘위(Wee)센터’다. 개별 학교에서 다루기 힘든 부적응, 정서 위기 등의 학생을 진단, 상담, 치료하는 곳이다. 하지만 전국 206개(일반형 기준) 위센터에서 특별교육 대상자를 모두 담당하기는 역부족이다.
이에 시도교육청은 외부 상담 기관과 연계해 특별교육 프로그램을 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상담 인력 부족으로 전문성 있는 교육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수도권의 한 고교 교사는 “외부 기관 중에는 아동 문제나 가정폭력 전문 상담소 등 고등학생 대상 학폭 상담이 어려운 기관도 있다”고 말했다.
외부 상담 기관에 가는 것을 거부하거나, 처분받은 교육 시간이 짧은 학생은 주로 학교에서 특별교육을 진행한다. 하지만 교내 특별교육은 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기준 전국 1만1794개 초중고교 중 학폭 교육 등을 담당할 전문 상담교사가 배치된 곳은 41.8%에 불과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생활지도 담당 교사는 “마땅한 특별교육 프로그램이 없어 (학폭 가해 학생에게) 교내 청소를 시키거나, 상담실에 앉혀 놓고 동영상 시청, 자율학습을 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학폭 유형별 맞춤형 교육 필요”
일선 학교에선 정부가 최근 교권 보호 대책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특별교육을 강화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부실 운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국회를 통과한 교원지위법 등에 따르면 교권 침해로 특별교육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기존의 전학 조치 학생에서 출석정지와 학급교체 처분 학생까지 확대된다. 교권 침해 학부모도 특별교육 조치가 가능해지도록 했다.황수진 교사노동조합연맹 부대변인은 “특별교육 이수 기관이 부족하니, 학교에서 시간만 보내고 교육청엔 이수했다고 보고하는 경우가 많다. 교권 침해 가해자 특별교육도 학교와 교사 부담만 늘어날 뿐 제대로 운영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별교육의 실효성을 높여 재발 우려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완 인천 인하대사범대부속중 교감은 “아이들은 몇 시간 교육으로 절대 바뀌지 않는다. 교사 및 부모와 함께 진행하는 합숙형 프로그램 등 아이들의 결핍된 부분을 다룰 수 있는 심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폭 전문 한아름 변호사는 “최근 학폭은 괴롭힘의 방식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어 학폭 유형별 맞춤형 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