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삼성전자 20조, LGD 1조… 주요 기업들도 모기업 등서 자금수혈

입력 | 2023-09-25 03:00:00

[산업계 ‘급전’ 경고등]
삼성디스플레이-LG전자서 빌려
SK이노도 SK온에 2조 출자
경쟁력 확보 위해 대규모 투자 지속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한국 대표 산업의 주요 기업들이 모회사나 자회사, 관계사 등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줄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2023.7.27/뉴스1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운영자금 20조 원을 2월부터 2025년 8월까지 빌렸다. 2분기(4∼6월)에는 보유 중이던 ASML 지분 약 355만 주(지분 0.9%)를 매각해 현금 3조 원가량을 확보하기도 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기업으로, 삼성전자는 2012년 노광장비 개발 협력을 위해 지분을 처음 매입했다.

삼성전자가 자회사로부터 대규모로 차입하고 주요 파트너사 지분까지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은 반도체 투자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반도체 하강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수십조 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설비 투자를 줄이지 않고 있다. 대만 TSMC 등과의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LG 트윈타워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2021.07.07. 뉴시스

3월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로부터 1조 원을 6.06%의 금리로 차입했다. LG디스플레이 자기자본의 13.6%에 해당한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 지분 37.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력 제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에 집중하기 위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차입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2월 자회사 SK온의 2조8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조 원을 출자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3조9173억 원)의 절반이 넘는 규모를 출자한 것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의 1조18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는 최대주주인 SK㈜가 3807억 원을 출자해 참여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한국 재계의 경우 여력이 있는 관계사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돈을 빌려주는 기업 입장에서는 다른 곳에 투자하지 못하게 되고, 투자한 관계사가 부실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