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렛미플라이’ 내일 개막 박보검 제대후 첫 출연작 화제… 친구 응원 갔다 캐스팅까지 인연 연일 밤 늦게까지 연습 강행군 이대웅 연출가 “배역 몰입 뛰어나”
뮤지컬 ‘렛미플라이’ 연습실에서 청년 남원 역을 맡은 박보검(위쪽 사진 왼쪽)과 노인이 돼버린 남원 역의 이형훈이 “미래로 불시착한 건 과거를 뒤바꿀 기회일지도 모른다”며 2020년의 유용한 정보를 모으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우린 부부”라고 말하는 선희(최수진·오른쪽)의 말을 들은 노인 남원(김도빈)이 타임슬립 전 연인 정분이를 부르다 지쳐 잠이 든 장면. 프로스랩 제공
19세의 꿈 많은 주인공 남원 역을 맡은 배우 박보검(30)의 맑고 다정한 눈망울은 이내 그렁그렁 차오른 눈물로 힘없이 축 처졌다. 뜻하지 않게 70대 할아버지가 돼 버린 현실 앞에서 “정분아, 고운 내 정분아. 너에게 갈래”라고 노래하며 당혹감과 분노, 그리움을 단어마다 물 흐르듯 교차시켰다. 연습 때마다 눈물바다가 된다는 그는 정분 역의 배우 임예진이 넘버 ‘돌멩이’를 부르자 무대 밖 창틀에 기대서서 손등으로 뺨에 흐른 눈물을 닦았다.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에서 26일 개막하는 뮤지컬 ‘렛미플라이’의 마지막 연습 현장을 22일 찾았다. ‘렛미플라이’는 박보검이 2011년 데뷔 이래 처음 뮤지컬에 도전해 주목받는 작품이다. 지난해 전역한 박보검이 복귀작으로 선택해 화제가 되면서 그가 출연한 회차 티켓은 매진됐다. 공연은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디딘 1969년, 패션디자이너가 되려는 남원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를 꿈꾸는 정분과 행복한 미래를 그리면서 시작된다. 설렘도 잠시, 남원은 꿈꾸던 성공도 사랑하는 정분도 오간 데 없는 2020년에 불시착한다. 창작극인 이 작품은 지난해 초연돼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청년 남원 역은 박보검과 신재범, 안지환이 돌아가며 연기한다. 정분 역은 나하나, 홍지희, 임예진이 맡았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의 연습실에서 만난 박보검은 TV 드라마나 영화에선 보기 힘들었던 발랄하고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다. 힙합이 가미된 넘버 ‘패션의 리더’에선 노인 남원 역을 맡은 배우 김태한과 손발을 맞추며 웨이브 섞인 춤과 껄렁한 걸음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감미로운 음색과 탄탄한 중저음은 다른 배우들과 매끄럽게 화음을 이뤘다. 이날 박보검은 “제가 이 작품에서 받은 감동을 관객분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마지막 공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드라마 출연료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의 출연료이지만 박보검은 흔쾌히 출연을 수락했다. ‘신인 뮤지컬배우’로서 드라마 촬영이 조금이라도 일찍 끝나면 빠짐없이 오후 10시까지 연습에 참석했다. 15분 만에 목을 타고 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고강도의 연습에도 군말 없이 열심히 임했다. 이대웅 연출가는 박보검에 대해 “배역에 대한 몰입도와 정분을 바라보는 시선의 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말했다. 박보검은 자신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의 경우, 무대 밖에서 다른 배우들의 넘버를 소리내지 않고 따라부르며 열의를 보였다.
‘렛미플라이’의 넘버는 발라드와 재즈, 힙합 등 다채로운 장르로 구성돼 좌충우돌하는 소동을 입체적으로 들려준다. 뮤지컬 ‘빨래’ 넘버를 작곡한 민찬홍 음악감독은 “판타지 감성과 코믹한 요소를 담기 위해 여러 장르를 녹여 곡을 만들었다”고 했다. 공연을 위해 박보검은 자진해 보컬 레슨을 두 달간 받았다. 민 감독은 “부드럽게 감싸주는 듯한 중저음이 강점인 배우”라고 했다.
12월 10일까지. 5만5000∼7만7000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