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화야몽’ 조기 마감 화제
범정 스님(앞줄 가운데)이 22일 전남 구례 화엄사 야간 사찰 탐방 프로그램 ‘화야몽(華夜夢)’에서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화엄사 제공
―지금 군종 장교입니다. 두 번째 입대더군요.
―군 생활이 편했습니까?
“하하하, 절에서는 매일 오전 3시 예불을 드리는데 군대는 6시까지 재워 주니까요. 제대할 때까지 아무도 제가 스님인지 몰랐어요. 머리도 똑같이 기르고, 제가 전혀 말을 안 했으니까요. 가끔 ‘공양하러 가자’는 절 말이 무심결에 튀어나온 적은 있지만 대충 얼버무리고 지나가서 안 들켰어요.”
―‘꽃스님’(인스타그램 아이디)은 법구경 ‘화향품(花香品)’을 생각해 지었다고요.
“화향품은 꽃에 관한 이야기예요. 사람도 향기가 나는데, 평소 습관과 마음에서 우러나지요. 수행자로서 부처님의 법향처럼 좋은 기운을 많은 사람에게 전해 줄 수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지었어요. 얼굴 때문에 지은 게 절대 아니에요.”
“고등학생 때는 여드름이 트라우마였어요. 몸도 감정과 음식에 민감한 편이고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까지 붉어질 정도였지요. 간혹 ‘스님,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면 좋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제 감정도 조절이 안 돼 티가 나는데 답하기가 부끄러운 거예요. 얼굴에서 티가 나면 안 되겠다 싶어서 그 뒤로 몸에 안 좋은 거 안 먹고, 운동을 했는데 그게 쌓이다 보니…. 세안을 좀 꼼꼼히 하고, 선크림은 바르지만 특별히 화장품은 쓰지 않아요. 제가 외모에 신경은 쓰지만 이유는 따로 있어요.”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나이도 그렇고 아직 설법할 정도는 아니에요.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수행자로서 아름답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지요. 그 향기가 전해져 사람들의 신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것도 포교가 아닐까요?”
구례사찰순례단과 범정 스님(앞 줄 왼쪽에서 네번째). 사진제공 화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