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 앞세우고 선수촌 등에 등장 세계반도핑기구 “조치 취할 것”
북한 선수단 기수 박명원(왼쪽)과 방철미가 23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인공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항저우=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5년 만에 국제종합 스포츠대회에 복귀한 북한은 23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인공기를 앞세우고 입장했다. 북한 선수단은 이날 영문 국가명 알파벳 순서에 따라 45개 참가국 중 7번째로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 입장했는데 기수인 방철미(복싱)와 박명원(사격)이 대형 인공기를 들고 선수단을 이끌었다. 뒤따르는 북한 선수들의 손에도 인공기가 들려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북한의 이 같은 인공기 사용은 세계반도핑기구(WADA) 규정 위반이다. WADA는 2021년 10월 북한 반도핑기구가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림픽과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을 제외한 모든 국제대회에서 북한 국기의 게양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WADA 제재에서 벗어나려면 북한 반도핑기구 등에 대한 WADA의 현장 시찰 등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북한의 국경 봉쇄로 시찰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8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국제태권도연맹(ITF)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북한의 인공기 게양이 금지되면서 대회 주최 측이 모든 참가국 국기를 게양하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이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과 달리 ITF는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 태권도 기구다.
WADA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등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WADA 측은 “(북한 인공기) 관련 사항들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필요하다면 규정을 따르지 않는 단체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3일 전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의 인공기가 게양되고 있는 배경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북한과 중국의 혈맹 관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대회 17개 종목에 185명의 선수를 파견한 북한은 역도와 레슬링, 사격, 복싱 등에서 메달권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 채광진은 24일 유도 남자 60kg급에서 이번 대회 북한 선수단 첫 메달(동메달)을 땄고, 시상식 때 인공기가 올라갔다.
항저우=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