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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살해 후 극단선택” 4년새 2배 증가

입력 | 2023-09-25 18:12:00

경기 김포서 숨진 채 발견된 딸 '질식사' 소견
2018년 7명→2022년 14명으로…4년 새 두배
"정신건강 문제 때 전문가 개입할 수 있어야"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김포시 3곳에서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 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부모가 극단적 선택 전 자녀를 살해한 사건이 4년 사이 2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실태 파악과 함께 위기 상황에 몰린 부모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날 숨진 일가족 중 추락사한 40대 여성 오모씨를 제외한 가족 4명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을 실시해 오씨의 시어머니와 초등학생 딸은 외력에 의한 질식사라는 1차 구두 소견을 받았다.

경찰은 오씨의 남편 함모씨와 시누이와 달리 이 두 사람에 대해서는 타살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경기 김포시 호텔에서 발견된 딸의 경우 모친인 오씨와 함께 투숙했지만, 다음 날 오전 오씨만 호텔을 나와 송파의 아파트로 갔다고 한다.

극단 선택을 결심한 부모 손에 자녀가 살해되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 양상이다.

지난 15일 전남 영암군에서도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부검 의견 등을 종합해, 가장 A(59)씨가 아내와 20대 아들 3명을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의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극단 선택을 결심한 부모로부터 살해당한 아동의 수는 2018년 7명에서 2022년 14명으로 4년 사이 2배나 늘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학대 사망 아동 28명 중 7명(25.0%) ▲2019년 42명 중 9명(21.4%) ▲2020년 43명 중 12명(27.9%) ▲2021년 40명 중 14명(35.0%) ▲2022년 50명 중 14명(28.0%)이 극단 선택을 결심한 보호자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학대로 사망한 아동 203명 중 4분의 1이 넘는 56명(27.6%)이 극단 선택을 결심한 부모 손에 희생된 셈이다.

그러나 ‘자녀 살해 후 극단 선택’ 사건은 정확한 실태 파악이 안되는 실정이다.

피·가해자가 모두 사망하기 때문에 당사자의 진술을 확보할 수 없고 피의자가 사망하면 ‘공소권없음’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사인을 심도 있게 확인하기도 어려운 탓이다.

이에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해외에는 아동 사망 사례를 검토하는 위원회가 있어서 18세 이하 아동이 사망하는 사례에 대해 프로파일러, 심리학자, 정책 결정권자들이 모여 사망 당시를 재구성하고 대책을 마련한다”며 국내에도 이같은 실태 파악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연구 결과는 ‘자녀 살해 후 극단선택’의 원인으로 정신 질환과 별거 등 관계 갈등을 꼽기도 한다.

가톨릭대 심리학과 최진화(박사 수료)와 박기환 교수가 지난해 3월 한국심리학회지에 발표한 ‘국내 살해 후 자살의 현황과 특성’ 연구에 따르면, 관계 문제(36.6%)와 정신건강 문제(35.4%)가 ‘자녀 살해 후 극단 선택’의 주원인으로 꼽혔다.

분석 결과, 정신건강 문제로 자녀를 살해하고 극단선택한 유형 상당수가 우울과 수면장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정신겅강 치료를 받은 이들은 절반에 그쳤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삶의 위기에 처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중 일부가 ‘자녀 살해 후 극단선택’이라는 최악의 상태에 이른 데에는 정신건강 문제를 때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극단적 선택이 발생하기 전에 전문가가 개입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