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서 300km… 여의도 15배 크기
전 과정에 축적된 자체 기술 적용
일일 생산량 최대 2만9500배럴
국내 하루 석유소비량의 1% 넘어

SK어스온이 남중국해 17/03 광구에 설치해 이달부터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플랫폼의 모습. SK어스온 제공
SK이노베이션의 자원개발 자회사인 SK어스온이 2015년부터 참여해 온 남중국해 해상 광구에서 원유 생산을 시작했다. SK그룹으로서는 운영권을 확보한 광구에서 원유 탐사부터 실제 생산까지 성공한 첫 사례다.
SK어스온은 25일 남중국해 북동부 해상에 위치한 17/03 광구 내 ‘LF12-3’ 유전에서 이달부터 원유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17/03 광구는 중국 선전시에서 약 300km 떨어져 있으며 크기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한다. 일일 생산량은 석유 생산 정점을 기준으로 약 2만9500배럴이다. 국내 하루 석유 소비량의 1%가 넘는 규모다. 상업 생산 초기 물량은 중국으로 일단 들어가게 되며 향후 국내를 포함해 공급처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통상 광구 한 곳당 원유 생산기간은 10년 안팎이다.
SK어스온은 2015년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중국해양석유집단유한공사(CNOOC)와 광구 운영권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민간 기업 최초로 남중국해 해상 광구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지질 조사, 물리 탐사 등 기초 탐사 작업을 통해 2018년 탐사정 시추에서 원유 발견에 성공했다. 생산 준비를 위한 유전 평가와 생산시설 건설 등의 개발 단계를 거쳐 마침내 원유 생산에 이르게 됐다.

17/03 광구는 정부 에너지 융자 지원사업의 성공 사례이기도 하다. 정부는 국내 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1984년부터 자원개발 사업 대상의 융자 지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17/03 광구의 생산이 시작되면서 SK어스온은 정부로부터 받은 융자 원금 및 이자를 상환하게 된다.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SK어스온은 석유개발 사업과 그린 사업의 두 개 축을 기반으로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 지분 참여를 통해 국내 민간 기업 최초로 해외 자원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 SK어스온은 8개 국가에서 10개 광구 및 4개의 LNG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10개 광구의 생산량은 일일 약 5만2000배럴(석유 환산 기준)이다. 그린 사업 영역에서는 석유 개발을 통해 축적한 탐사 기술을 기반으로 탄소포집저장(CCS)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명성 SK어스온 사장은 “1983년 국내 민간 기업 최초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뛰어든 이래 40년간 축적해 온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원유 생산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석유 개발 사업과 함께 CCS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탄소 중립과 성장이라는 목표를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