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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金보다 기쁘다”는 형과 “단체전 金 안기겠다”는 동생

입력 | 2023-09-25 23:01:00

펜싱 사브르 개인전 오상욱, 선배 구본길 꺾고 金
구본길, 아시안게임 사브르 개인전 4연패 무산




승자와 패자가 갈렸지만 둘 다 웃었다.

남자 펜싱의 오상욱(27·대전광역시청)이 선배 구본길(34·국민체육진흥공단)의 아시안게임 개인전 4연패에 제동을 걸며 자신의 첫 번째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상욱은 25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펜싱 사브르 남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구본길에게 15-7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오상욱은 자신의 두 번째 아시안게임 출전에서 첫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구본길은 아시안게임 개인전 4연패 도전에 실패했지만 후배의 우승을 지켜보며 자신의 금메달 못지않게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구본길은 “경기 후에 (오)상욱이에게 ‘아시안게임 개인전 첫 금메달을 축하한다. 고생한다’고 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했다.

구본길에게 이번 대회는 특별하다. 여러 기록이 걸려 있다.

2010 광저우 대회, 2014 인천 대회,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개인전 4연패에 도전했다.

또 이날 아시안게임 통산 금메달을 6개로 늘려 수영의 박태환, 펜싱의 남현희 등과 함께 한국 하계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리스트로 어깨를 나란히 할 목표가 있었다. 현재 5개다.

구본길은 “4연패를 못하면 많이 아쉬울 줄 알았지만 한국 선수끼리 했다. 다 끝난 기분이다. 4연패가 쉬운 게 아니지 않느냐”며 “도전 자체만으로 큰 영광이다. 나를 칭찬하고 싶다. 후련하다”고 했다.

이어 “자카르타에서 딴 금메달보다 오늘 은메달이 더 기쁘고 후련하다. 그때는 상욱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상욱이를 정말 축하한다”고 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구본길은 “결승전까지 올라오면서 많은 고비를 넘겼는데 예선부터 준결승까지는 긴장을 했다”며 “하지만 결승에 와서 (오)상욱이와 경기를 할 수 있어서 마음이 좀 편했다”고 했다.

둘은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결승에서 금메달을 두고 다퉜다. 당시 구본길이 오상욱에게 극적인 1점 차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년 사이 훌쩍 성장해 형을 뛰어넘은 동생은 “이제 아시안게임 두 번째 무대인데 (구본길의) 3회 연속 금메달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나는 엄두도 안 난다”며 구본길에 대한 존경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자카르타에선 긴장을 많이 했다. 경기 이후에 후회가 많았는데 오늘은 지더라도 내 기술을 다 하고 지자는 생각으로 했다”고 보탰다.

또 “역시 마음은 편했다. 우리가 최대한 낼 수 있는 성적이 1등과 2등을 모두 하는 것이었다”며 “이전 아시안게임에서 진 것에 대해 복수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이 상황에서 그냥 이기고 싶고, 금메달을 따고 싶은 생각뿐이었다”고 더했다.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오른쪽 발목이 꺾이며 인대가 파열됐다.

오상욱은 “크게 다친 적이 있다. 회복할 시간이 없었는데 팀에서 자신감을 많이 심어줬다. 할 수 있다, 잘한다는 식으로 도와줘 자신감을 찾았다”며 “이번에 좋은 플레이를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잘한다는 생각으로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둘은 사브르 단체전에서 아시안게임 3연패를 위해 힘을 모은다. 구본길은 단체전 금메달로 통산 금메달을 6개로 늘릴 수 있다.

구본길은 “상욱이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오상욱은 “형에게 금메달을 안겨주고 싶다.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을 위해서 형이 금메달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구본길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게 된다면 (다음) 나고야 아시안게임에 가고 싶다. 다른 종목에서도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을 할 수 있겠지만 (나고야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서 이름을 남기고 싶다. 그때 개인전에선 이번처럼 욕심을 내지 않겠다”며 웃었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은 28일 열린다.

[항저우=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