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14일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를 실은 발사체가 인도 남부 스리하리코타 발사장에서 발사되는 모습. 찬드라얀 3호는 세계 최초로 달 남극 착륙에 성공했다. 사진 출처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지난달 23일,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달 남쪽 고위도 지역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2019년 찬드라얀 2호 착륙선이 연착륙에 실패한 지 4년여 만이다. 임무를 주관했던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당시의 착륙 실패를 시행착오로 간주하고 이를 개선의 기회로 삼았다. 그 결과, 이제 인도는 소련, 미국, 중국에 이어 달 착륙선을 운용할 수 있는 네 번째 나라가 됐다.
인도에 앞서 신흥 우주탐사국으로 떠오른 것은 중국이다. 21세기 들어 두 차례의 달 궤도선 운용, 세 차례의 달 착륙 임무를 연이어 성공적으로 마쳤다. 달 표면 토양을 채취해 지구로 보내고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하는 등 중국의 우주 탐사 역량은 선도적인 수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달 착륙에 도전하는 나라는 더 있다. 2019년에는 이스라엘의 민간기업 스페이스IL이, 올 4월에는 일본의 민간기업 아이스페이스가 달에 착륙선을 보냈다. 둘 다 착륙 시도 끝에 추락하고 말았지만, 그 경험은 다음 성공을 위한 자양분으로 쓰인다. 스페이스IL의 달 착륙선 설계 경험은 미국 민간기업의 달 착륙선 개발에 활용될 예정이고, 아이스페이스는 두 번째 달 착륙선을 제작 중이다.
러사아의 달 탐사선 루나 25호의 모식도. 러시아는 1976년 이래 멈춰 있던 달 탐사 프로그램을 재개해 올 8월 루나 25호를 달로 보냈지만 착륙에는 실패했다. 사진 출처 동아일보DB
냉전 시대 소련의 맞수였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아폴로 시리즈의 명맥을 잇는 유인 달 탐사 계획을 필두로, 월면에서의 다양한 탐사와 실험, 현지 자원 활용과 기지 건설까지 포함하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전의 달 탐사 계획과 대별되는 점은 민간산업의 영역을 달까지 확장하는 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달 화물 수송선과 달에서의 통신 네트워크, 형태와 기능이 다양한 월면차와 로버 등의 개발에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여러 나라가 앞다투어 달 탐사에 뛰어드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달이라는 자연 그 자체를 탐사하기 위해서다. 달과 지구는 비슷한 시기, 비슷한 성분으로 생성된 이래 수십억 년간 가장 가까운 이웃이었다. 달에 남아 있는 태양계 역사의 흔적을 살피는 것은 곧 지구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또한, 달 탐사는 인류의 정신적, 물리적 활동 영역을 지구 밖 천체로 확장한다. 대항해시대를 기점으로 인류 문명의 융성 양상이 크게 달라졌듯,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우리 삶의 판도가 바뀌었듯, 달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접근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면 우리는 또 한번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이전에는 달까지 가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면, 이제 막 시작된 ‘뉴 스페이스’ 시대는 달에서 다양한 실험에 도전하고, 이를 바탕으로 화성과 같은 보다 먼 우주로 나아갈 역량을 기르는 게 목표다. 태양계의 다른 천체들을 직접 활용하고 누비며 살아가는 ‘다행성 종족’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그 첫 번째 단계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은 2030년대에 달의 남극에 기지를 건설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남극에는 연중 해가 들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이 많다. 거기서 얼어붙은 물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다. 물이 생기는 즉시 승화할 수밖에 없는 달 표면에 얼음이 남아있다는 것 자체도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지만, 물은 각종 생활용수의 원료이며 물을 분해해 얻는 수소와 산소는 발사체의 추진제이기도 하니 유용한 자원이다. 게다가 달 표면에는 희토류 원소도 많다. 지구에서 채굴 과정이 까다롭고 생산 효율이 낮은 일부 원소가 달에는 채굴이 용이한 형태로 존재한다. 많은 나라가 달 현지에서의 자원 활용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다.
2020년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5호는 달 표면 토양을 채취해 지구로 돌아왔다. 중국은 21세기 들어 달 착륙에 세 차례 성공했다. 사진 출처 동아일보DB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