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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장차관·용산 참모 무더기 총선 출마설… 어수선한 공직사회

입력 | 2023-09-25 23:57:00


내년 4·10총선이 채 20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나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의 출마설, 차출론이 확산하고 있다. 정치인 출신으로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권에선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도 후보군으로 본다.

해양수산부에선 조승환 장관과 박성훈 차관이 출신지인 부산에서 출마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장차관 출마설이 동시에 나오는 건 이례적이다. 대통령실 비서관을 지내다 올해 7월 정부 부처 차관으로 배치된 이른바 ‘윤심 차관’ 여럿도 출마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 30여 명도 출마에 관심이 있다고 하고, 실제 사표를 낸 이들도 나오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도 총선 때마다 장차관이나 대통령 참모들이 출마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출마설이 도는 숫자가 많은 데다 제반 사정도 다르다. 정부 출범 1년 4개월이 넘었지만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주요 개혁과제는 별 진전을 보지 못했고, 대내외적 위기 요인은 계속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추 부총리는 연금·노동 개혁과 수출, 규제 완화 정책의 컨트롤타워다. 원 장관은 부동산 공급 대책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 등 대형 해결 과제를 떠안고 있다. 이 원장은 가계부채 및 금융사고 대응의 최전선에 있다. 해수부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응해야 하는 주무 부처다. 공직사회의 모든 관심이 각 부처 장차관이나 용산 참모들의 출마 여부로 쏠리면서 정부의 국정동력이 상실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출마설이 도는 부처의 실무 공무원들이 인기 없는 정책 추진을 뒤로 미루려는 유혹에 빠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안팎의 경제 환경은 정부의 기대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경기침체의 원인인 고금리·고유가는 내년까지 지속될 분위기다. 수출 회복의 열쇠인 반도체 경기 반등 시점은 뒤로 밀리고 있다. 세금은 덜 걷혀 나라 곳간이 비어 간다. 모든 정부 부처가 촌각을 쪼개 일에만 집중해도 대응이 쉽지 않다. 총선 분위기에 휩쓸려 공직사회의 위기 대응 능력을 떨어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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