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무계원 조선말기 서화가 이병직 집 ‘오진암’ 익선동에서 부암동으로 옮겨 재탄생 ‘무계정사’ 터에 자리잡아 붙은 이름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무계원에서 전시를 기획한 ‘팀서화’의 김성우 공동대표가 김지원 화가의 대표작 ‘맨드라미’를 설명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서울 종로구의 전통 한옥 ‘무계원’은 익선동에 있던 조선 말기 서화가 이병직(1896∼1977)의 집 ‘오진암’을 부암동으로 옮겨 복원한 것이다. 안평대군의 별장 ‘무계정사’가 있던 터에 옮겨 ‘무계원’으로 명명됐다.
현재는 전시와 세미나, 기획전시 등에 사용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문과 안채 지붕 기와, 서까래 등은 오진암에 있었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 서울 등록음식점 1호가 문화공간으로
20일 오후 ‘오동나무 뿌리와 복숭아 꽃잎’ 전시가 진행 중인 서울 종로구 무계원.
무계원에서는 연중 전시회가 열린다. 이달 1∼20일에는 문화예술기획사 ‘팀서화’가 종로문화재단과 공동 기획한 전시 ‘오동나무 뿌리와 복숭아 꽃잎’이 열렸다. ‘팀서화’의 김성우 대표는 “과거 오진암이 무계원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보면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긴 여정을 보는 듯하다”며 “최근 현대미술에서 집중하는 부분이 ‘정체성 탐구’이다 보니 무계원이 전시 장소로 알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지, 보자기 등 전통문화 관련 전시가 주로 열리던 무계원에서 현대미술 전시가 열린 건 처음이다.
이 전시에는 김지원 화가(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작품 ‘맨드라미’, 핵 융합기를 활용해 만든 백정기 작가의 ‘퓨저’, 흙물에 담근 붕대를 고온 가마에서 구워낸 뒤 모양을 내는 서희수 도예가의 ‘무제’ 등 개성 있는 작품들이 다수 선을 보였다.
세미나와 교육 공간으로 쓰이던 사랑채와 창고 역할에 그쳤던 행랑채도 최근 기획 전시에 활용되고 있다. 이날 언니와 함께 전시를 보러 온 안미학 씨(65)는 “예전부터 한옥에 살고 싶다는 꿈이 있어 무계원에 관심이 많다”며 “사랑채 창문을 통해 보이는 뒷마당 경치가 한 폭의 그림 같다”고 말했다. 무계원의 대외협력을 담당하는 종로문화재단 김도현 사원은 “부암동에 놀러 온 외국인 등도 전시를 많이 찾았다”고 설명했다.
● 문턱 낮추고 대중 친화 공간으로
부암동 한옥의 상징이 된 무계원은 최근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사전 신청자에 한해 무계원에서 전통 혼례를 치를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 올해만 벌써 전통 혼례 10건이 진행됐다. 취식 금지 규제도 일부 완화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