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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격 男 러닝타깃, 北 제치고 단체전 金 쐈다

입력 | 2023-09-26 03:00:00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유진-하광철-곽용빈 환상 호흡
北과 동점… 정중앙 쏜 횟수 앞서
정유진, 아시안게임 5연속 메달
사격 어제 金 1-銀 3-銅 1 추가



“같이 올라와 사진 촬영” 北 선수들에게 권했지만… 2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10m 러닝타깃 정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선수들(왼쪽에서 네 번째부터 하광철, 정유진, 곽용빈)이 은메달을 차지한 북한 선수들에게 금메달 단상에 함께 설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선수들은 끝내 은메달 단상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북한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이 청한 악수에도 응하지 않았다. 금메달 단상의 맨 오른쪽은 동메달을 딴 인도네시아 선수다. 항저우=뉴스1


정유진(청주시청), 하광철(부산시청), 곽용빈(충남체육회)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사격 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10m 러닝타깃 정상 단체전에서 북한에 역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세 선수는 25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사격 남자 10m 러닝타깃 정상 단체전에서 1668점을 합작해 5개 참가국 가운데 1위를 했다. 이번 대회 사격에서 나온 한국의 첫 금메달이다. 한국 사격이 아시안게임에서 이 종목 단체전 정상에 오른 건 남녀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이 먼저 경기를 마친 가운데 5년 만의 국제 종합대회 복귀전에서 첫 금메달을 노렸던 북한은 경기 막판 갑자기 난조를 보이며 금메달을 놓쳤다. 북한의 마지막 사수로 나선 유성준이 최종 58∼60번째 사격에서 각각 9점, 7점, 8점으로 미끄러지며 한국에 동점을 허용했다.

한국과 북한은 나란히 1668점을 기록했지만 39차례의 ‘이너 텐(Inner Ten·10점 정중앙)’을 쏜 한국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너 텐 29차례를 기록한 북한은 은메달을 획득했다. 동메달은 1667점을 기록한 인도네시아가 가져갔다.

정유진이 565점으로 팀 내 최다 점수를 올렸고 곽용빈(554점)과 하광철(549점)이 뒤를 이었다. 정유진은 응우옌투언안(베트남)과 치른 슛오프에서 이겨 개인전 동메달도 땄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개인전 금메달을 포함해 앞선 4차례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던 정유진은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이자 대회 5연속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홍승표 한국 사격대표팀 총감독은 “북한 선수들이 베일에 싸인 측면이 있고, 2018년 창원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우리가) 완패하기도 했다”며 “이번에도 초반부터 계속 앞선 북한이 우승하지 않을까 했는데 막판에 뜻하지 않은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의 금메달이 특별했던 것은 열악한 환경을 딛고 아시아 정상을 밟았기 때문이다. 옆으로 이동하는 표적을 맞히는 이 종목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이후 이 종목 선수가 크게 줄면서 국내 대회인 전국체전에서도 한때 시범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올해 대한사격연맹에 등록된 이 종목 선수는 10명(남자 8명, 여자 2명)뿐이다. 남자 선수 8명 가운데 2명은 사실상 은퇴한 상태다. 등록 선수 6명 중 3명이 이번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합작하며 아시아 정상에 오른 것이다.

한국 사격 대표팀은 남자 10m 공기소총에서 은메달 2개, 남자 25m 속사권총에서 은메달 1개를 획득하며 이날 하루에만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추가했다.

남자 10m 공기소총에 출전한 박하준은 개인전에서 샹리하오(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하고 단체전에서도 김상도(KT), 남태윤(보은군청)과 함께 은메달을 수확했다. 남자 25m 속사권총에서는 송종호(IBK기업은행), 김서준(경기도청), 이건혁(국군체육부대)이 팀을 이뤄 단체전 은메달(1734점)을 따냈다.



항저우=강동웅 leper@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