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실적발표… 멀어진 ‘상저하고’
“분명 하반기(7∼12월)부터는 좋아질 거라고 봤는데…. 언제쯤 반등할지 막막합니다.”(10대 그룹 한 대기업 임원)
작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올 상반기(1∼6월)까지 이어지는 동안 기업들은 ‘상저하고’에 대한 기대를 조심스럽게 드러내곤 했다. 하지만 3분기(7∼9월) 실적마저 당초 전망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이 경기 반등을 강하게 이끌 것이란 낙관론이 힘을 잃고 있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24일 기준 증권사 컨센서스(직전 3개월간 나온 증권사들의 최신 예측치 평균)는 2조5324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3분기 영업이익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3개월 전 기준으로 3조6478억 원이 전망됐는데, 이보다 1조1154억 원(30.6%) 줄어든 수치이기도 하다. 시간이 갈수록 반등 폭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차세대 사업군인 배터리 업계도 3분기 실적 전망이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은 LG에너지솔루션 및 삼성SDI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3개월 전 대비 각각 14.1%, 11.5% 하향 조정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유럽 내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배터리 채택 비중이 올라갔기 때문”이라며 “올해 성장이 기대됐던 북미에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주요 고객사의 판매가 기대치를 밑돌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배터리 관련 공급망 업체들에 대한 전망치도 줄하향됐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석유화학 업체들도 저성장과 공급과잉이란 이중고 속에서 기대치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4분기(10∼12월)는 중국 중추절(9월 29일) 및 국경절(10월 1∼6일), 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실적이 성장세로 돌아서는 시점은 올해를 넘겨 내년 초까지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걱정을 키우는 요인이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