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로 의무휴업 평일 전환 시장-식당 등 매출 20% 오르고 소비자 87% “일요일 쇼핑 만족”
24일 대구 서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추석 대목을 맞아 장을 보고 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다 같이 쉬는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명절 준비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24일 오후 대구 서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정모 씨(69·여)는 “추석 명절 준비를 혼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었다. 마침 오늘 아들 내외가 쉬는 날이어서 다 함께 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옆에서 카트를 밀던 아들 김모 씨(35)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일요일이었을 때는 토요일에 사람들이 몰려 불편했는데 이젠 주말에 느긋하게 명절 준비를 할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올해 2월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구시는 2월 10일 특별·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대형마트 17곳과 기업형슈퍼마켓(SSM) 43곳 등 의무휴업 대상 60곳의 의무휴업일을 기존 둘째·넷째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했다.
우선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지역 소비자 60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5%인 525명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긍정적인 평가를 낸 시민들은 “모든 일요일에 대형마트 쇼핑이 가능해서”라고 답했다.
대형마트와 SSM의 일요일 영업을 허용한 후 6개월 동안 소매업과 음식점, 전통시장 등 지역 골목상권의 매출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팀이 지난 6개월 동안 지역 내 14만 개 가맹점을 이용한 시민 100만 명의 카드 지출 내역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점과 편의점은 각각 25.1%, 23.1% 매출이 올랐다. 농축수산물 전문점과 슈퍼마켓도 각각 12.6%, 9.2% 매출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와 SSM 매출도 6.6% 증가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분석의 정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지역과도 비교해봤다. 의무휴업일을 일요일로 유지하고 있는 부산(16.5%), 경북(10.3%), 경남(8.3%) 등 인근 지자체보다 같은 기간 소매업종 매출 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의 분석을 맡은 조 교수는 “대형마트와 SSM의 의무휴업일이 바뀌자 일요일은 온라인 구매를 줄이고 월요일은 온라인 구매가 늘어났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전통시장을 찾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아예 외출하지 않고 온라인 쇼핑을 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