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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前 대통령 “탄핵은 주변 관리 못한 제 불찰…국민께 사과”

입력 | 2023-09-26 07:00:00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2023.9.25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과 관련해 모든 책임이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회한(悔恨)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은 26일 공개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재임시 공과와 옥중 생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인터뷰는 지난 11일 대구 달성군 사저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먼저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해서 맡겨 주신 직분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많은 실망과 걱정을 드렸던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제가 힘들고 어려웠던 오랜 기간 전국 각지에서 변함없이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사익편취·국정농단에 대해선 “검찰 조사에서 듣고 정말 너무 놀랐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불찰이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K스포츠재단, 미르재단 이사진을 최 원장(최서원)으로부터 추천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검증을 거쳤고, 그 분야에서 전문성이 탁월한 분들이라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처음에 최 원장이 ‘재단 이사진으로 좋은 사람들을 소개할까요’라고 했을 때 거절하지 않은 것을 정말 많이 후회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씨와의 인연에 대해선 “1998년에 제가 대구시 달성군 보궐선거에 나오면서 최 원장의 어머니가 달성에 와서 저를 도와주었고, 또 그때 최 원장의 남편인 정윤회 실장도 함께 와서 도와줬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청와대로 들어오면서 사적인 심부름을 할 사람이 없었다. 제가 여성이니까 (남성) 비서관들한테 시키기 어려운 것들이 있지 않겠나. 그래서 최 원장이 청와대에 드나들면서 심부름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한 번도 최 원장이 저를 이용해 사적인 잇속을 챙긴다거나, 이권에 개입하거나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심 없이 저를 도와주는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1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찾아 주지 능종 스님과 차담을 나누기 위해 사찰음식체험관으로 향하고 있다. 2023.4.11/뉴스1

박 전 대통령은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기부했다가 돌려받은 돈, (K스포츠재단이) SK로부터 지원받기로 했다가 포기한 것에 대해 법원이 제3자 뇌물죄를 인정했다. 그런데 이 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이 죄는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성립되는 것이다. 롯데나 SK가 저한테 어떤 청탁도 한 적이 없다. 대통령 면담이니 기업의 애로사항이나 현안에 대해 말을 했겠지만, 저는 하나도 들어준 것이 없다. 대기업이 체육 진흥을 위해 후원했다면 그것이 국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이지, 대가성을 가지고 후원하는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룹 회장들에게 제가 구체적으로 후원 금액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결과적으로 최 원장이 재단을 통해 사적 이익을 챙기려고 했었다면 그것을 알지 못한 제 책임이고, 사람을 잘못 본 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평가에 대해선 “임기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면 받아들인다”면서도 “‘정책적으로 실패한 정부’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떤 정책이 잘못됐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위안부 합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체결 등 재임 시 외교안보 분야의 주요 결정에 대해 “안보를 위해서 꼭 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일을 정말 하늘이 도우셨는지 다 하고 감옥에 들어가 다행이었다”고 안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친박계 인사들의 총선 출마설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내년 총선에 별 계획이 없다. ‘정치적으로 친박은 없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 과거에 정치를 했던 분이 다시 정치를 시작하는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제가 언급할 일이 못 된다”며 “저와 연관된 것이란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 인연은 과거 인연으로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결과적으로 국정농단 특검팀 윤석열 수사팀장이 보수 진영의 대선후보가 돼 정권교체를 이뤘다. 박 전 대통령은 “우선은 좌파 정권이 연장되지 않고 보수 정권으로 교체됐다는 데 안도했다”며 “지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4개월 정도 됐는데, 정부의 방향·정책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좀 성급한 감이 있다. 더군다나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런 문제에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1952년생인 박 전 대통령은 올해 71세다. 그는 “지금까지 개인적인 삶보다는 공적인 삶을 살아온 것 같은데 그것도 운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치 일선은 떠났지만 나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고 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려고 한다. 그것이 국민들이 보내주신 사랑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