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다시 희망으로] 희망친구 기아대책
지난해 2월 전쟁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는 약 140만 가구의 주택 붕괴, 수도와 도로 및 병원, 학교 등의 도시 인프라 필수 기반 시설이 파괴되면서 현재 약 510만 명이 우크라이나 국내 실향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100만 명이 넘는 아동은 학교를 떠나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으며 언제 공습이 일어날지 몰라 불안에 싸인 채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최초 국제 구호 개발 NGO ‘희망친구 기아대책’(회장 유원식)은 전쟁 발발 직후 인접한 폴란드에 긴급 구호 전문 인력을 파견해 이주민을 살피는 한편 작년 3월부터는 우크라이나 국내 실향민의 생존과 그들의 생계 확보를 위한 긴급 구호를 계속해서 전개해 나가고 있다. 현재는 우크라이나 키이우, 드니프로, 크리비리흐를 포함한 7개 지역에서 직접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식량 안보-지원 위해 다닌 트럭킹 거리 지구 두 바퀴
고향을 떠난 여성과 아동이 겪어야 하는 식량 및 생계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희망친구 기아대책은 긴급 구호를 시작했던 당시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식량·비식량 키트를 지급하고 있다. 전쟁 발발 후 기아대책이 우크라이나 내부로 조달한 식료품과 비식량 키트는 지금까지 12만2000세트가 넘는다. 식량 키트는 한 가정이 최대 10일을 사용할 수 있고 비식량 키트는 방한용품 및 위생용품, 영유아용품 등으로 구성했다. 키트는 겨울철에 발생한 전쟁으로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하는 피란민들과 우선적 보호가 필요한 취약 대상의 기본적 생존을 도왔다. 우크라이나 내에서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2주마다 마을 단위로 찾아간 거리를 환산하면 지구 두 바퀴를 돈 거리와 가깝다. 기아대책은 꾸준히, 그리고 현장의 니즈를 반영한 물품을 피란민에게 지원했다.현장 교육이 가져온 아동의 변화
피란민 아동의 대부분은 폴란드로 이주해 폴란드 학교에 등록하거나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온라인 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상호작용이 필수적인 교육 현장 경험의 결핍 문제로 이어졌고 아동 교육 수준의 격차, 아동 정서 불안 문제로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피란민 아동 교사인 사리나(가명)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9살의 작은 아이가 변화하는 것을 경험했다. 초반에는 전쟁의 상처로 마음이 닫혀 있었지만 수업을 이어갈수록 마음을 열고 활동적으로 변했다. 아이는 자기 생각과 감정을 나누기 시작했고 필요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현지 맞춤형 지원으로 확산되는 지역 주민 활동
기아대책은 3명의 기대봉사단이 지난 10년 동안 우크라이나 각지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다. 지역에서 도움이 필요한 아동을 케어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자립과 성장을 모색했다. 우크라이나 문화를 이해하고 큰 도시부터 작은 마을까지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기아대책은 우크라이나에서 사업하는 기대봉사단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사업과 현지 NGO 파트너십 사업을 통해 넓은 행정 단위의 사업을 세심하게 수행해 나갔다. 동부와 중부 주요 거점 지역을 정하고 거점 지역 내 마을 단위 교회 및 지역사회 리더와 협력해 지역별 필요 사항을 파악하고 반영하는 방식으로 맞춤형 지원을 실시했다. 일률적인 지원이 아닌 특성화된 지원은 피란민의 실질적인 필요 사항을 정기적으로 채워줬고 불안한 피란 생활에 상대적 안정감을 제공했다.한편 우크라이나 멜리토폴교회 성도 23명이 전쟁을 피해 기아대책에서 지원하는 비용으로 새로운 거주지로 정착한 이후 직접 만든 빵과 손뜨개질 가방, 액세서리를 팔기 시작했다. 이렇게 마련된 비용으로 가정과 아동을 돌보며 일상생활로의 회복을 꿈꾸고 있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