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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혁신의 기회 미래… 산업 주도권 쥘 전략 세워라

입력 | 2023-09-27 03:00:00

[혁신에서 길을 찾다]
SK “탄소중립 달성하는 데 집중”… 반도체-에너지 등 포트폴리오 전환
현대차 “10년간 약 109조 원 투자”…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 개발 완성
LG “AI-바이오-클린테크 육성”… 최고 수준의 빅데이터 기술 확보
롯데 “신성장 동력 확보 목표”… 디지털 헬스케어-쇼핑 분야 두각



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대표 기업들이 세계 경제 성장의 둔화라는 악재 속에서도 혁신을 통한 활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있다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신사업에 도전하고 있다.국내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전망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내놓은 ‘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84로 전 분기(91)보다 7포인트 떨어졌다. BSI가 100 이하면 해당 분기 경기가 이전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수출 기업의 전망치도 94에서 83로, 내수 기업도 90에서 84로 떨어졌다. 중국 경제의 침체와 정보기술(IT) 산업의 회복 지연에 따른 수출 둔화, 여기에 유가 고공 행진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이로 인한 소비 침체까지 겹치면서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 같은 외부 변수들에 대한 대응책을 찾는 한편 향후 미래 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실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SK그룹은 위기를 도약의 계기로 삼아 성장한 그룹 DNA를 강조하며 핵심 사업을 포함해 전 사업 영역에서의 역동적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탄소중립(넷제로)’ 달성을 위해 반도체와 소재, 바이오, 그린에너지, 디지털 등 4개 사업 영역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탄소 중심에서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 그린 중심으로 변신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디램 성공을 넘어 ‘비욘드 메모리’를 위한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등 전동화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 업계는 미래 모빌리티(이동 수단) 시장 주도권을 놓고 기존 업체들과 신생 전기차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 현대차그룹은 2032년까지 향후 10년간 총 109조4000억 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재무 계획을 세웠고 이 중 33%에 해당하는 35조8000억 원을 전동화 관련 투자비로 책정했다. 아울러 현재 세계 시장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이어 2025년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 개발 체계를 완성하고 이후 2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 도입으로 다시 한번 글로벌 완성차 시장을 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LG그룹도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분야를 적극 육성한다는 것. 우선 AI 분야에서는 5년간 3조6000억 원을 투자해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술 확보를 추진한다. 특히 2020년 설립한 LG AI연구원이 1년 만인 2021년 연말 초거대 AI ‘엑사원’을 공개하는 등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5년간 1조5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바이오 소재와 신재생 에너지 산업 소재, 폐배터리 재활용, 전기차 충전 등 클린테크 분야에는 5년간 1조8000억 원을 투자한다.

롯데그룹은 헬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 4가지 테마의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을 정식 선보이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롯데쇼핑은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맺고 2030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해 자동화 물류센터 6곳을 구축, 자동 물류 시스템 선진화에 나서며 AI를 활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도 마련할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2022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의 방위산업 재편을 통해 지상에서부터 항공우주까지 아우르는 종합 방산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 등이 참여한 누리호 2, 3차 발사가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형 발사체(누리호) 고도화 사업 발사체 총괄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민간 주도 ‘뉴스페이스 시대’를 이끌고 있다.

네이버는 혁신 기술 도입이 더딘 중소상공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고 관련 교육을 강화해 여러 사업자가 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카카오는 국민들이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에 피해를 입지 않고 카카오톡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안전 장치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효성그룹은 ‘고객 몰입 경영’을 새로운 화두로 제시했다. 소비자들 스스로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수요까지 충족할 수 있도록 신기술을 활용한 신소재를 개발해 세계 시장 확대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