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더쿠’는 한 가지 분야에 몰입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덕후’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신이 가장 깊게 빠진 영역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자신과 비슷한 덕후들을 모으고, 돈 이상의 가치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롤렉스 폴 뉴먼 데이토나'
시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전설적인 이름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손목시계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유명세에 비해 이 시계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유명세 만큼이나 떠도는 뒷얘기도 많지만, 이를 떠나 투자 가치로서의 관점으로 이 시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폴 뉴먼이 직접 착용한 롤렉스 Ref.6239 데이토나_필자 제공
전 세계 시장이 발칵 뒤집어진 그날
2017년 12월. 필립스 뉴욕 경매에서 성경의 구약과 신약처럼 시계 시장의 역사가 돼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영화배우 폴 뉴먼이 실제 착용했던 1968년 롤렉스의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Rolex Cosmograph Daytona, Ref. 6239)가 한화 약 200억에 낙찰이 된 것.
경매 당시 사진_출처 : 뉴욕 타임즈
경매 낙찰 결과_출처 : 필립스 옥션
낙찰 이후 시계 시장은 급격히 요동친다. 1968~1980년 사이 소량 생산된 롤렉스의 Ref. 6239, 6241, 6263, 6264 등의 모델에 ‘폴 뉴먼 데이토나’라는 고유 명사가 붙으면서, 시장에서 매물이 사라졌다. 폴 뉴먼 데이토나가 아닌, 현행 데이토나 모델 역시 덩달아 가격이 폭등해 구매할 수가 없었다.
현재는 코로나19 이후 시장이 조금은 식어, 현행 모델은 세컨 마켓에서 구하기가 쉬운 상황이 됐다. 그러나 진정한 빈티지 폴 뉴먼 데이토나는 여전히 구하기가 어렵고 가격 또한 너무 많이 올랐다. 해외의 경우, 시계 브랜드에서 옥션 비딩에 참가해 시세를 더 끌어올리기도 한다. 시세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이다.
도대체 얼마길래?
이쯤 되니 현재 가격이 궁금해진다. 2017년 12월 뉴욕 경매 전 가격이 1억 중반대였다면, 지금은 6억 대 이상이다. 심지어 JPS 에디션 등 특이하고 극 소수의 제품들은 10억이 넘는 금액에 거래되고 있다.JPS 에디선_출처 : 롤렉스
존 플에이어 스페셜 담배의 담뱃갑을 연상시키는 블랙 다이얼 컬러와 골드 케이스 컬러의 색상 조합으로 극 소량만 생산됐기에 컬렉터들 에게 1순위 수집 대상으로 여겨진다
필자는 시계 투자 상담 시 롤렉스 제품은 추천하지 않는다. 시장에 너무 많이 풀려있어 언제 가격이 폭락할 지 모르기 때문. 하지만 빈티지 폴 뉴먼 데이토나는 생산이 중단된 지 오래됐고 생산량도 적기 때문에 지금도 투자 가치가 늦지 않았다고 조언한다. 폴 뉴먼 데이토나는 시계 애호가들의 수집품이자, 증여와 상속을 목적으로 하는 금융 상품이다. 물론 구할 수 있다면 말이다.
필자가 소유한 폴 뉴먼 데이토나. 모두 구매 당시 금액보다 수억 원 상승했다_출처 : 필자 제공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구매를 하게 된다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감정, 즉 정품 여부에 대한 판단과 보증이다. 제작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빈티지 제품인 만큼, 과거에 수리를 받아 부품이 바뀐 경우가 종종 있다. 혹은 정품이긴 하나 연식에 맞지 않는 부품이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다.더불어, 해당 시계를 구매할 경우 해외에서 거래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이때 구매 시 세금이 부과되지 않지만, 국내로 반입할 때는 세관 신고를 해서 관부가세를 납부해야 한다. 시계 상태도 체크하고, 법과 규정을 지키면서 시계 투자에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 세계 시계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면 좋은 시계 투자 기회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김한뫼 MOI 워치 대표
정리=지희수 기자 heesu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