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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교원면책 입법안, 되짚어 보아야 한다[기고/제철웅]

입력 | 2023-09-26 23:09:00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잇단 교사 자살을 계기로 아동학대 신고로 고생했던 교사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그 증언을 듣다 보면 교원면책 법안을 요구하는 심정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2021년 우리 모두를 아프게 했던 ‘정인이 사건’으로 부모 징계권 폐지를 주도했던 국회가 앞다퉈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상 교원 면책을 규정한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놀랍다. 교사에게 아동학대 예외를 인정하려면 부모부터 인정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옳다. 교사의 아동 교육 권한은 부모의 교육·양육권에서 파생된다는 것은 선진국에선 상식적인 논리다.

이런 법안이 사회적으로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까 봐 우려스럽다. 2021년 전후로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매년 40명이 넘는다. 아동 자살은 한 해 200여 명에 달한다. 정서적 학대의 악영향도 매우 심각하다. 무시, 따돌림, 망신 주기는 아동의 정서적 발달에 치명적인 상처를 깊게 남겨 자살과 성인기 정신 질환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부정적 경험은 청소년기와 성인기의 자살, 약물 중독, 정신 질환, 실업, 은둔형 고립 등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등 선진국이 아동학대에 전방위적 개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런 대응을 지지한다. 신체·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한국의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성은 한참 떨어진다. 미국,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된 것이 1880년대인데, 한국은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은 한 해 500만 건이 넘는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는데, 우리의 신고 건수는 2018년 3만여 건, 2021년 5만여 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부모 징계권 폐지로 아동학대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져 몇 년 사이 증가했다.

징계권 폐지는 아동학대에 전방위적인 개입을 가능하게 했다. 아동이 신체적, 지적,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은 여야를 뛰어넘고, 사회집단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관심사다. 아동기 학대 없는 교육·양육 경험이 있는 세대가 자녀를 사랑할 것이기에 저출산 대책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악성 민원으로 인한 고통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교사 보호를 위한 촘촘한 안전장치가 해답이다. 아동학대 정책은 이와 별개여야 한다. 선진국은 100여 년의 경험을 통해 아동학대 정책을 처벌에서 예방으로 바꾸었다. 기소되지 않거나 무죄 선고를 받으면 자기 행동이 정당한 것처럼 생각하고, 신고자를 원망한다. 처벌 중심 정책의 부작용이다.

우리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아동 문제 행동의 맥락이 달라졌는데도 기성세대들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아동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훈육한다. 기성세대가 이를 자각해야 한다. 훈육 목적으로 하는 비의도적 아동학대에 대해서도 민감해져야 한다. 학대 조사도 기성세대인 ‘내’가 교육받고 훈련받는 과정으로 전환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처벌받아야 한다. ‘사회적 교육’ 중심의 아동학대 대책이 세워질 때 부모와 교사가 긍정적인 훈육 방법에 익숙해질 것이다. 세계 1위 저출산·자살률 국가의 시대적·사회적 과제는 아동기 부정적 경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 개입을 확대하는 것이다.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