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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야 산다” 강원 고교들, 교명-학과 손질해 체질 개선

입력 | 2023-09-27 03:00:00

학생 수 급감하며 존폐 위기
취업 유리한 전공 신설하고
교명 바꿔 새로운 이미지 모색
강원도형 마이스터고 4곳 선정, 기술 특화 인재 키워 위기 대응



강원 태백시의 한국항공고 출범식 및 교명석 제막식이 12일 열린 가운데 신경호 도교육감과 이상호 태백시장 등 주요 참석 인사들이 교명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태백기계공고는 내년 한국항공고로 교명을 바꿔 새롭게 출범한다. 강원도교육청 제공


강원 철원군 김화공고의 새로운 교명이 ‘한국국방과학고’로 확정됐다. 26일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교명변경추진위원회를 발족해 학생, 학부모, 동문회, 교직원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교명 선호도를 실시한 결과 ‘한국국방과학고’가 76.1%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국방과학고는 ‘국방시스템과’ 단일 학과 체제로 2026년부터 3학급 48명의 신입생이 입학한다.

강원도 내 고교의 변신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교명은 물론이고 학과까지 전면 개편해 체질을 완전히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는 강원도교육청이 역점 추진 중인 강원도형 마이스터고 추진 계획에 따른 조치다.

저출산·고령화로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오랜 역사를 지닌 학교들마저 존폐 위기를 맞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이다. 취업이 유리하고 학생 선호도가 높은 전공 과목을 신설하고, 교명을 바꿔 새로운 이미지로 변신해 학생들을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도교육청은 7월 김화공고를 비롯해 태백기계공고, 인제 신남고, 황지정보산업고 등 4개교를 강원도형 마이스터고로 선정해 발표했다.

한국국방과학고는 전국 최초로 국방 산업을 뒷받침하는 로봇, 드론, 사이버보안 분야의 인력을 양성하고 미래 방위산업 분야가 요구하는 인공지능(AI) 융합 및 소프트웨어 교육에 집중하게 된다. 전국의 우수 인재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최신식 기숙사 신축, 최첨단 실습실 구축, 방위산업 전문기술 교육과정 도입, 학교 환경 개선 등이 추진된다.

황지정보산업고는 한국세무금융고로 교명이 바뀐다. 전국 최초로 공인중개사 정규 교육과정이 도입되고 최신식 기숙사 신축, 실습실 환경 개선 등을 거쳐 이르면 2026년부터 새로운 교명을 사용할 예정이다. 또 인제 신남고는 산림 관련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산림과학고(가칭)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태백기계공고는 한국항공고로 탈바꿈해 내년 개교한다. 이미 12일 한국항공고 출범식 및 교명석 제막식을 갖고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 학교는 항공정비시스템과 3개반 48명을 모집할 예정으로 다음 달 16∼19일 전국에서 신입생 원서 접수를 한다.

앞서 원주공고는 3월 미래고로 교명을 변경하고 뷰티케어과를 신설했다. 삼척마이스터고도 한국에너지마이스터고로 교명을 바꾸고 수소 전문가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또 옛 춘천농고인 소양고도 한국생명과학고로 교명을 변경하고 반려동물케어과, 카페N디저트과, 플라워가드닝과를 신설했다.

앞서 특화된 직업계고로 변신한 학교들은 외지에서 학생들이 유입되면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영월공고는 2020년 3월 교명을 한국소방마이스터고로 변경했고, 현재 전교생 205명의 56%인 115명이 타 시도에서 전입해 재학 중이다.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4차 산업혁명으로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학생, 학부모의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전국 최우수 특화형 고교 신설을 통해 미래형 글로벌 기술 인재를 적극 육성하겠다”며 “인구소멸지수가 높은 지역의 새로운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