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사진 보여주면 메뉴 제안 음성 명령 알아듣고 대화도 가능 타인 목소리 사칭 등 악용 우려도
“챗GPT, 오늘 저녁 뭘 해먹을까?”
앞으로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각종 식료품 사진을 찍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에 보내 함께 식단을 상의할 수 있게 된다. 문자 기반인 챗GPT에 보고 듣고 말하는 기능이 탑재되기 때문이다. 챗GPT가 냉장고 식료품을 분석해 메뉴를 제안하면 요리법을 물어볼 수도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25일(현지 시간) 챗GPT와 음성으로 대화하고 이미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을 새롭게 추가한다고 밝혔다. 약 2주 안에 월 20달러의 유료 회원이 먼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오픈AI는 “여행 중에 찍은 명소 사진을 놓고 챗GPT와 실시간 대화를 할 수도 있다. 아이들의 수학 문제를 사진 찍어 문제 풀이 실마리를 달라고 요청해 보라”고도 했다.
오픈AI가 이날 공개한 실시간 대화 예시에 따르면 챗GPT는 잠 들기 전 듣고 싶은 이야기도 해준다. “래리라는 이름의 슈퍼두퍼(매우 멋진) 해바라기 고슴도치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들려줘”라고 말하면 그에 맞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야기 도중 “래리의 절친은 누구야”라고 물으면 역시 그에 맞춰 이야기를 바꾼다. 오픈AI는 문자를 말로 바꿔주는 ‘텍스트 음성 변화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오픈AI는 전문 성우를 기용해 ‘주니퍼’ ‘엠버’ ‘스카이’ 같은 5개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사용자는 이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또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와 협력해 자신의 목소리를 다른 언어로 번역해 말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실상 눈, 귀, 입이 생긴 챗GPT가 딥페이크(사진 및 비디오를 합성해 인물의 발언이나 행동을 조작하는 기법)에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한 듯 오픈AI는 “실제 음성 몇 초만으로 사실적인 음성을 합성할 수 있는 기술 등은 악의적인 행위자가 공인을 사칭하거나 사기를 저지를 가능성과 같은 새로운 위험도 안고 있다”면서 “음성 인식 기능을 점진적으로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포럼에서 “(AI) 규제는 중요하며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면서 규제 부족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 격주간 잡지 뉴욕매거진은 올트먼 CEO를 미 정부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를 이끈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에 빗대 “우리 시대의 오펜하이머”라고 묘사했다. AI의 부작용 우려가 커지지만 AI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점에서 오펜하이머와 비견된다는 의미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