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운동은 긍정 스트레스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을 쓰기 시작한 지 5년이 넘었다. 이 연재물은 100세 시대를 맞아 100세까지 건강하기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를 고민하다 2018년 8월 4일부터 쓰기 시작했다. 운동으로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을 소개해서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하게 하자는 취지였다. 초반에는 운동을 왜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소개했다. 운동의 법칙이라는 게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을 위주로 써 왔다. 5주년은 넘기며 다시 한번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8회로 압축해서 전한다.
타이거 우즈가 힘겹게 티샷을 하고 있다. ‘골프 황제’ 우즈는 교통사고를 당한 뒤 열심히 재활을 했지만 올해 열린 마스터스에서 기권했다. 우리 몸은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 우즈는 열심히 재활을 했지만 과거의 몸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것이다. AP 뉴시스.
우즈가 마스터스 대회 도중 기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25차례 마스터스에 나와 1996년 컷 탈락한 것을 제외하면 매번 대회를 완주했던 우즈가 왜 그랬을까? 2021년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크게 다친 후유증이다. 수술한 뒤 재활을 했지만 완전치 않아 왼쪽 발을 많이 쓰다 보니 그 발에 족저근막염이 온 것이다.
교통사고 후 목발 짚고 일어선 타이거 우즈. 타이거 우즈 SNS.
우리 몸은 적당한 스트레스를 줘야 제대로 발달한다.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일종의 스트레스다. 걷고 달리는 것, 무엇을 들어 올리는 것, 던지는 것 등 모든 동작은 우리 신체 근육과 관절, 인대 등에 스트레스를 준다. 운동생리학적으론 부하(負荷·Load)라고 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의 경우 50kg의 무게로 벤치프레스를 한다면 50kg의 스트레스를 팔근육과 흉부 근육, 그리고 각 움직이는 관절에 가하는 것이다. 우리 신체는 움직이면 혈액이 빨리 돌아야 하니 심장도 빨리 뛴다. 산소를 많이 소비하니 폐활량도 올라간다. 움직임은 우리 몸 전체에 스트레스를 주는 셈이다. 그런데 운동 스트레스는 우리 몸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일찌감치 나왔다.
2023년 6월 24일 쓴 “제 근육질 몸 어때요? 낼모레 여든이에요”의 주인공 강석헌 씨. 그는 지난해 1월부터 몸을 만들기 시작해 1년 만에 한 보디빌딩대회에서 우승했다. 우리 몸은 나이에 상관없이 근육운동을 하면 몸이 좋아진다. 강석헌 씨 제공.
1단계는 경고반응기로 인체가 스트레서에 대해 적극적으로 저항을 나타내는 시기로 1~48시간 안에 나타난다. 처음에는 체온 및 혈압 저하, 저혈당, 혈액농축 등 쇼크가 나타나고 다음에는 그것에 대한 저항이 일어난다. 2단계는 저항기로 경고반응기를 지나고도 계속 스트레서에 노출되면 저항기로 이행된다. 3단계는 피폐기로 스트레서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생체에 여러 증상이 나타나며 결국 죽게 되는 단계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무조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신체와 정신에 활력을 준다. 스트레스는 자극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나 다른 호르몬이 혈중 내로 분비돼 우리 몸을 보호하려는 반응, 위험에 대처해 싸우거나 그 상황을 피할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2023년 6월 10일 쓴 “도핑 없어도 얼마든 가능” 2023 미스터&미즈 코리아 김진호-김연주 씨의 우승비결의 주인공 김진호 씨(오른쪽). 인간의 몸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건강해진다. 김진호 씨 제공.
스트레스란 용어를 처음 쓴 셀리에 박사는 실험을 통해 운동이란 양성 스트레스가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악성 스트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줬다.
셀리에 박사는 10마리 쥐에게 환한 빛과 큰 소음, 전기 충격 등의 스트레스를 한 달 동안 계속 가했는데 놀랍게도 10마리 쥐 모두 불안과 공포에 떨면서 병들어 죽고 말았다. 그런데 또 다른 10마리 쥐들에게 똑같은 악성 스트레스 환경을 가하면서 앞의 쥐들과 달리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게 했다. 한 달 후 쥐들은 한 마리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이 실험을 통해 셀리에 박사는 신체 운동이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파괴의 완충 역할을 한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달리기는 침울한 기분을 몰아내고 기쁨을 유발시키는 것은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2023년 7월 6일 쓴 “거제 트레일러닝 107km에서 우승… 너무 감사했죠”의 주인공 장희주 씨. 어릴 때부터 운동을 시작한 그는 대학을 마치고도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운동이 양성 스트레스이지만 무작정 하면 안 된다. 몸을 천천히 달군 뒤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평상시 위험에 노출돼 갑자기 10~20m를 빠르게 달려본 기억이 있는가. 숨은 가프고 온 근육에선 피로가 느껴진다. 몸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동을 힘들지 않게 하려면 몸의 각 부위가 속칭 말랑말랑해야 한다. 심장도 적당하게 심박수가 올라 강도 높은 훈련에 들어가도 숨이 가쁘지 않게 준비돼야 한다. 우리 몸이 특정 운동 스트레스(100m 달리기, 축구 등)를 받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게 워밍업이다.
트레일러너 장희주 씨가 몸을 풀고 있다. 우리 몸은 잘 짜여진 유기체라 몸을 잘 풀어줘야 부상을 막을 수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인간은 항온 동물로 항상 일정한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몸이 이상이 있으면 열이 오른다. 하지만 운동 때는 얘기가 다르다. 열이 올라야 몸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 우리 몸은 평상시엔 굳어있다고 보면 된다. 딱딱한 고체 상태는 아니지만 갑자기 움직이면 가동이 잘 안되는 상태다. 딱딱하게 굳은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인대, 건, 관절, 근육 등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심장 이상도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운동을 편하게 하고 스포츠 상해를 방지하기 위해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