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치매 예방에 최고 명약은 걷고 달리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뇌신경전달 물질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2007년 3월 26일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더 강하게, 더 빠르게, 더 현명하게’ 라는 주제의 커버스토리를 대서특필하면서다. 존 레이티 하버드메디컬스쿨 교수가 쓴 ‘불꽃: 운동과 뇌에 대한 혁명적인 신과학’(Spark: The Revolutionary New Science of Exercise and the Brain)이란 책을 소개하는 기획이었다. 그 전에도 운동을 하면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레이티 박사의 저서에는 운동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집대성돼 있었다. 당시 필자도 이 책을 아마존에서 구입해 직접 읽어봤고 각종 기획 기사에 인용했다.
걷기가 치매 예방에는 최고다. 사진은 2019년 열린 브레인워킹페스티벌에 서 참가자들이 걷고 있는 모습.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종합하면 운동을 하면 BDNF가 생긴다는 것이다. 여러 연구들을 종합한 결과 운동을 하면 근육이 IGF-1이란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이 단백질은 인체 내 신경전달물질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다. IGF-1은 피를 타고 흘러 뇌까지 이르는데 뇌 신경전달 물질인 BDNF를 포함해 다른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 명령을 신경계에 보내는 것이다.
정기적인 운동을 하면 우리 신체는 BDNF의 수준을 높여주고 뇌세포는 가지치기를 시작해 서로 힘을 합치고 새로운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이런 과정은 학습 능력을 키워준다. 뇌에 BDNF가 많으면 많을수록 지식 축적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이 얻은 결론이다. 운동이 머리를 좋아지게 만드는 것은 물론 우울증은 물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배경에 위와 같은 과학적 결과물들이 있다.
사실 사람들은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란 말이 나온 그리스 시대부터 운동을 하면 머리가 좋아질 것이라는 것을 마치 진리처럼 믿어왔다. 하지만 추측일 뿐 과학적 증거물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하고 뇌 탐색 도구 등 첨단 기계가 만들어지고 복잡한 생화학에 대한 지식이 쌓이면서 운동능력이 정신력과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란 추정은 진실로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2021년 6월 19일 “100세 시대, 마라톤 평생 즐기려면 욕심 버려야”로 쓴 이재승 동방사회복지회 어린이사랑의원 원장. 그는 1986년부터 등산을 즐겼고 2000년부터는 마라톤에 입문해 지금도 달리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결국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땀을 배출하고 심장박동을 울리는 정상적인 유산소운동을 통해 뇌의 혈액순환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운동을 꾸준히 해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게 신체는 물론 정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운동을 시작하는 나이는 어릴수록 좋다. 그래야 더 길게 건강하게 살 수 있다.
2023년 기준 대한민국의 치매 환자는 102만여 명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950만 명이니 노인 인구의 10%가 치매 환자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브레인워킹페스티벌을 열고 있는 대한직장인체육회걷기협회는 “바르게 걷기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성기홍 대한직장인체육회걷기협회 기억력회복운동센터장은 “여섯 번째 생체신호인 걸음걸이는 치매 예측과 예방의 중요한 척도”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 일반적으로 정상인의 걸음 속도 범위는 초당 1.2∼1.4m다.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걸음 속도는 이보다 떨어진다. 경도인지장애가 있으면 초당 0.6∼0.8m. 걸음 속도가 초당 0.4m 이하로 떨어지면 낙상 확률이 높아졌다. 육체적인 결함 없이 초당 0.4m 미만으로 걷는다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윤 전 달리는의사들 회장이 달리고 있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50년 넘게 달리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아주대병원 문소영 교수팀과 함께 치매국가책임제 시행에 따른 국가치매극복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한국형 치매 예방 다중 영역 프로그램 개발’ 연구 과제를 2018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에 따라 68세에서 72세 여성 26명을 대상으로 유산소운동을 주당 150분, 근력 및 균형 운동을 2주당 1회를 기본으로 12주간 시킨 결과 체력이 상승한 것은 물론 인지기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인 ADAS-cog 수치가 운동 전 10.7에서 8.8로 떨어졌다. ADAS-cog는 인지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30이 넘으면 치매로 판단한다. 치매 환자에게 유산소운동을 시켜도 인지능력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2020년 3월 12일 여든에 250km 산악마라톤…“말리는 사람에 말하죠, ‘해봤어?’”로 쓴 이무웅 씨.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달리기 시작해 세계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을 일찌감치 이룬 뒤에도 여전히 달리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 이무웅 씨 제공
치매는 잠복기가 10년에서 15년이 된다. 65세에 치매라는 진단을 받았다면 50세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미 걸린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50~58세에 치매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있다. 듀크대 등 세계 유명 대학교는 걸음걸이로 치매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