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힐링 효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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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휴식이 필요할 때 산이나 강, 바다 등 자연이 있는 곳으로 향하곤 한다. 막연하게 느껴지는 ‘힐링’ 되는 느낌 외에도 자연은 우리의 마음에 무엇을 가져다주는 걸까. Pixabay(ⓒTama66)
아마 이 기사도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을 터. “이거 내 얘기네” 싶다면 이제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TV 앞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갈 때다. 단 20~30분 만이라도 집 근처 공원을 걸어도 좋다. 좀 더 깊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 자연에서 휴식하면 그저 기분만 좋아지는 게 아니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심리적인 긍정 효과는 생각보다 더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자연을 동경하도록 태어났다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인간의 본능을 ‘바이오필리아(biophilia)’, 우리말로는 ‘녹색 갈증’이라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스트레스받고 정신적으로 힘들 때 자연으로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것은 우리 안에 ‘녹색 갈증’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DB
자연에서 많이 뛰어놀아야 마음도 ‘튼튼’
자연을 갈망하는 본능을 거스르고 살면 어떻게 될까. 물론 당장 큰일이 벌어지는 건 아니다. 다만 자연의 힐링 효과는 우리 몸에 차곡차곡 쌓여 몇 년 뒤, 몇십 년 뒤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어렸을 때 자연을 많이 접하는 게 뭣보다 중요하다. 녹지가 많은 곳에서 살았던 아동들은 그렇지 못한 아동들에 비해 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하다고 한다.자연이 아동에게 미치는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덴마크 오르후스대 연구팀은 아동 약 100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연구를 기획했다. 1985~2003년 사이 덴마크에서 태어나 10살까지 자란 모든 아동을 추적 조사한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에서 보낸 시간이 많을수록 성인이 되어 정신적으로 더 건강할 가능성이 크다. 즐거운 상상 제공
연구팀은 “집이나 학교 주변의 녹지 공간이 중요한데, 도시 환경 설계에서 녹지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며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공원이나 자연을 볼 수 있는 공간에 얼마큼 자주 데려가는지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지친 뇌를 상쾌하게 만드는 자연의 힘
복잡한 일을 하다가도 잠시 눈을 들어 자연을 느낄 수 있다면, 떨어진 집중력을 다시 끌어 올릴 수 있다. Pixabay(ⓒStockSnap)
자연과 가까운 주거 환경을 갖출수록 정신적 피로도와 폭력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Pixabay(ⓒPublicDomainPictures)
이들은 어떤 환경에 사는지에 따라 정서적으로 확연히 다른 경향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조건을 갖춘 집을 배정 받은 이들은 척박한 조건의 집을 배정 받은 이들보다 정신적 피로 수준이 훨씬 낮았다. 심지어 폭력성도 낮은 것으로 관찰됐다.
사진도 좋지만…가장 좋은 건 진짜 자연 만나는 것
위에서 소개한 연구에서 눈치챌 수 있듯, 화면이나 오디오 장치를 통해서 자연을 만나는 것도 생각보다 큰 휴식 효과가 있다. 산책을 자주 나갈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스마트폰 배경 화면이나 컴퓨터 바탕화면을 자연 사진으로 해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자연 풍경을 보여주는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정신 건강 치료를 시도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자연 사진이나 영상을 보는 것도 뇌를 쉬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역시 가장 좋은 것은 진짜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들은 실험참가자를 각각 나눠 15분 동안 △자연에서 산책하기 △도심에서 산책하기 △자연이 담긴 영상 보기 △도시 환경이 담긴 영상 보기를 실시했다. 그런 다음 이들의 기분 상태와 집중력, 삶의 문제에 대해 성찰하는 능력을 비교해봤다. 그 결과 자연에서 산책한 사람과 자연 영상을 본 사람들은 나머지 두 조건의 사람들보다 기분이 좋았고, 집중력이나 삶을 성찰하는 영역 모두에서 앞섰다. 주목해야 하는 대목은 실제 자연에서 산책하고 온 사람들이 자연 영상을 본 이들보다 세 영역 모두 훨씬 앞섰다는 점이다.
연구 결과에서 보여주듯, 진짜 자연에 가야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휴식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진짜 자연 vs 가짜 자연’ 대결에서, 진짜 자연이 이기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제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무심코 또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사이버 세상을 헤매고 있었다면, 눈을 들어 진짜 세상에 펼쳐진 자연을 만끽해 볼 때다.
다음 기사에서는 △자연에서 보내야 하는 하루 최소시간은 몇 분? △자연과 ‘연결’되면 외로움도 치유된다 △‘산 vs 바다’ 어디가 더 정신적으로 이로울까 등에 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