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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월북 미군병사 71일만에 돌연 추방 결정…왜?

입력 | 2023-09-27 20:51:00


북한이 7월 18일 무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등병(23)을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킹 이병이 월북한 지 71일 만이다.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북한) 영내로 불법 침입했다가 억류된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에 대한 조사가 끝났다”며 “공화국법에 따라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킹 이병의 월북 배경에 대해 “미군 내에서 받은 비인간적 학대와 인종 차별에 대한 반감, 불평등한 미국 사회에 대한 환멸 때문에 영내에 불법 침입했다고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킹 이병은 7월 경기도 파주 공동경비구역(JSA)에 안보 견학차 방문했다가 무단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했다. 킹 이병은 한국 근무 중 서울에서 술에 취해 민간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벌금형을 받았고 이후에도 술에 취해 주차된 차량을 부수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군사 재판을 받기 위해 본국 송환 과정을 밟고 있었다. JSA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는 월북 직후부터 핫라인을 통해 북한과 송환을 위한 대화를 진행해왔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킹 이병을 데리고 있으면서 체제 선전용으로 이용하는 것보다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게 실익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추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치가 떨어진다고 봤을 가능성도 크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킹 이병은 직급이 낮아 북한이 알아낼 만한 정보가 많지 않은 반면 그가 아프거나 자해하는 상황이 생기면 북한이 국제 사회로부터 인권 침해 규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다가 2017년 미국으로 송환된 직후 숨진 이후 국제 사회의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