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근무와 유연 근무가 늘면서 같은 시간대에 일하거나 사무실에 있지 않아도 협력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줌이나 전화를 통해 업무 진행 상황을 동기화하지 않은 채 완전히 개별적으로 작업하는 비동기식 작업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흔히 동기식으로 함께 작업할 때 서로 피드백과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좋은 아이디어가 더 많이 도출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정말 그럴까?
동기식 환경에서 창의성이 더 발현될 수 있다는 가정은 팀원들의 사회적 지위가 각각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과 소수집단 사람들은 작업 환경에서 발언 기회가 적으며 더 많은 비판에 노출될 때가 많다. 결과적으로 동기식 작업은 여성과 소수집단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표현하지 못하게 하며 궁극적으로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데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연구진은 비동기식 팀워크와 동기식 팀워크가 창의적 작업에서 남성과 여성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음악 스튜디오 녹음이 동기식 혹은 비동기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를 설계했다. 연구 대상으로는 인도의 바울 민속 음악가들을 선정했다. 바울 음악은 표기법이 없어 각 노래에 대한 다양한 버전과 해석이 존재한다. 또 바울 음악은 남녀 모두 가수를 할 수 있는 반면 연주자는 주로 남성이다. 따라서 남녀 가수가 단독으로 혹은 남성 연주자와 함께 노래할 경우를 비교하기에 용이했다.
가설을 실험하기 위해 여성 가수 49명과 남성 가수 50명을 녹음 스튜디오로 데려와 각각 비동기식 혹은 동기식으로 녹음하게 했다. 녹음 순서는 무작위로 정했다. 실험 결과, 여성은 비동기식으로 녹음했을 때 바울 민속 음악 전문가들로부터 17%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비동기식으로 녹음한 어느 여성은 “내가 원하는 대로 노래할 수 있었다”며 “음을 몇 개 놓쳤지만 나중에 바로잡았고, 완전히 독립적으로 노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치 새처럼 날아가는 느낌이었다”고도 했다. 반면 남성의 성과는 두 조건에서 크게 차이가 없었다.
이는 창의성에 대한 다른 연구 결과들과 비슷한 시사점을 준다. 예컨대 한 연구는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안전한 의사소통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다른 연구는 비동기식 브레인스토밍이 창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이 먼저 개별적으로 작업한 다음 아이디어를 통합할 때 가장 많은, 그리고 높은 질의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복잡한 제품 개발을 위해서는 다른 팀원들과의 상호작용이 필수이며 이런 맥락에서는 여전히 동기식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일부 작업을 비동기식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많은 조직에서 팀의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다. 여성과 소수집단 직원들은 종종 팀 내 의사소통 환경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 이들이 과도한 비판이나 방해를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할 때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비동기식 작업은 직장 내 불평등을 해소해 여성이 자신의 분야나 직장을 떠나지 않고 계속 일하려는 동기를 부여해 준다. 궁극적으로는 그동안 잘 표현되지 못했던 소수집단의 목소리를 키우고 더 평등한 일의 미래로 나아가는 데 기여한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디지털 아티클 ‘비동기식 작업이 창의력을 촉진한다’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