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금지법은 2020년 6월 4일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향해 “원래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걸 못 본 척하는 놈이 더 밉다”고 비난하면서 입법화되기 시작됐다. 통일부는 4시간 반 만에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대북전단금지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통일부 장관은 김연철이다. 그런데도 그는 13일 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사무소를 폭파하면서 함께 자리에서 날아갔다.
▷헌법재판소는 그제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을 위헌 결정했다. 의원 입법의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정부가 주도해 만든 법률이 이렇게 빨리 그리고 쉽게 위헌 결정이 나는 걸 보지 못했다. 판사 옷을 벗은 뒤 바로 법무비서관이 된 당시 김형연 법제처장과 여성운동가 출신의 당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위헌 법률이 만들어지는데도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문 정부의 청부 입법을 국회에서 주도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당시 외교통일위원장이다. 그는 대북전단금지법안의 대표 발의자로 나섰고 이 법안을 외통위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까지 하면서 저지에 나섰으나 민주당은 송 위원장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의 포 사격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한 뒤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을 처리하고 통과시켰다.
▷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의 포 사격으로 살포 지역 주민이 받을 위험은 ‘즉각적인 폭력의 위험’과 비슷해 보이지만 전단이 비판한 대상(김정은)이 받는 위험이 아니라 비판받는 쪽이 비판한 당사자도 아니고 제3자(주민)를 볼모로 잡고 가하는 위험이다. 게다가 김정은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할 가치가 없는 독재자다. 따라서 그 위험은 표현의 자유의 오용에 따른 위험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 자체를 침해하는 위험이다. 명색이 법률가인데도 두 위험의 본질적 차이를 구별 못 하고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한 문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하겠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