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민주당은 “무리한 정치 수사였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원이 개딸(강성 이재명 지지 세력)에 굴복했다”며 법원의 영장 기각을 거칠게 비판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의 국회 가결로 가팔라진 여야의 대결 정치는 이번 영장 기각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당장 민주당은 이 대표 영장 기각을 반전의 계기로 여기는 듯하다. 검찰 수사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는 판단 아래 대여 공세를 강화하면서 내부적으론 체포동의안 가결을 빌미로 ‘배신자’ 색출과 징계를 통해 이 대표 1인 체제를 굳힐 기세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 대응에 따라 더 깊은 위기로 몰릴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인계철선처럼 묶여버린 정당이 공당(公黨)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이 대표는 영장 기각 후 정부 여당을 향해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라”고 외쳤지만, 그 말은 그대로 자신과 민주당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이런 대결 정치엔 정부 여당의 책임도 크다. 정부 여당은 그동안 야당 내분에 따른 반사이익 챙기기에 급급했을 뿐 국정 운영의 책임자로서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려는 행동도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다. 정부는 ‘국회 권력’을 쥔 거대 야당을 상대로 한 협치의 노력은커녕 말끝마다 전임 정부와 민주당 책임을 들먹이기 일쑤였다. 여당은 용산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야당 대표의 단식을 두고도 “관종의 DNA” “단식 쇼”라며 비아냥거렸다. 그간 야당 대표를 ‘피의자’라는 이유로 만나기를 거부했는데, 이제 ‘피고인’이라서 안 된다고 할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