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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與도 野도 이젠 ‘상식의 정치’로 돌아가라

입력 | 2023-09-27 23:57:00


어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민주당은 “무리한 정치 수사였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원이 개딸(강성 이재명 지지 세력)에 굴복했다”며 법원의 영장 기각을 거칠게 비판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의 국회 가결로 가팔라진 여야의 대결 정치는 이번 영장 기각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당장 민주당은 이 대표 영장 기각을 반전의 계기로 여기는 듯하다. 검찰 수사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는 판단 아래 대여 공세를 강화하면서 내부적으론 체포동의안 가결을 빌미로 ‘배신자’ 색출과 징계를 통해 이 대표 1인 체제를 굳힐 기세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 대응에 따라 더 깊은 위기로 몰릴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인계철선처럼 묶여버린 정당이 공당(公黨)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이 대표는 영장 기각 후 정부 여당을 향해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라”고 외쳤지만, 그 말은 그대로 자신과 민주당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이런 대결 정치엔 정부 여당의 책임도 크다. 정부 여당은 그동안 야당 내분에 따른 반사이익 챙기기에 급급했을 뿐 국정 운영의 책임자로서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려는 행동도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다. 정부는 ‘국회 권력’을 쥔 거대 야당을 상대로 한 협치의 노력은커녕 말끝마다 전임 정부와 민주당 책임을 들먹이기 일쑤였다. 여당은 용산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야당 대표의 단식을 두고도 “관종의 DNA” “단식 쇼”라며 비아냥거렸다. 그간 야당 대표를 ‘피의자’라는 이유로 만나기를 거부했는데, 이제 ‘피고인’이라서 안 된다고 할 셈인가.

우리 정치의 비정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작금의 정치 실종은 가히 위태로운 수준이다. 검찰 수사와 법원 판단에 요동치는, 반전과 역설에 내맡겨진 요지경 정치에 국민은 피로감을 넘어 넌더리를 내는 지경이 됐다. 상식의 정치를 회복하지 않고선 국민의 외면 속에 여야는 공멸의 길로 내달릴 뿐이다. 당장 거친 말싸움부터 멈추고 국회 정상화와 민생법안, 예산안 처리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