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는 대회 5경기 중 1경기만 출전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 한국 선수단이 29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 결승전을 앞두고 밴픽을 하고 있다. 항저우=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한국은 29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만과의 롤 결승전에서 55분 만에 세트 스코어 2-0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고 대회 초대 우승국에 올랐다. 28일 스트리트파이터5의 김관우(44)에 이은 한국 e스포츠 선수단의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이자 19일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이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 종목에 채택됐던 e스포츠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의 지위를 얻었다.
롤은 톱, 정글, 미드, 바텀(또는 원거리 딜러), 서포터 등 5개 포지션으로 팀을 꾸려 상대팀과 전투를 치르는 게임이다. 경기 중 각 포지션의 선수들이 사용하는 게임 캐릭터를 ‘챔피언’이라 부르는데, 상대 챔피언을 되도록 많이 처치(킬·kill)해 전황을 유리하게 만든 뒤 상대 본진(넥서스)을 제거하면 승리한다. 동료 선수의 킬을 도우면 어시스트(assist)가 올라가고 상대에게 처치당하면 데스(death)가 늘어난다.
2세트 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 중반까지 한국은 4킬 6데스로 밀리고 있었다. 하지만 17분경 미드 라인에서 벌어진 한타(대규모 전투)에서 박재혁이 1킬을 따내며 5킬 6데스로 추격을 시작했고, 경기 내내 밀리던 골드량도 역전되기 시작했다. 19분경 미드에서 또 벌어진 한타에서 ‘쵸비’ 정지훈(한국 미드)이 1킬을 더하며 6킬 6데스의 스코어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서 최우제와 박재혁이 연달아 킬을 올리며 8킬 6데스로 킬 스코어 역전에 성공했다. 한국 관중석에서는 다시 환호가 터져나왔다. 이후 한국은 한번도 킬 스코어 리드를 내주지 않고 승리를 확정했다. 특히 대만 대표팀은 20분경 톱 라인에서 정지훈을 여럿이서 몰아세우며 1킬을 올렸는데, 정지훈을 도와주러 온 박재혁이 상대 셋을 연속으로 킬하며 자신의 게임 닉네임 ‘룰러(Ruler)’와 같이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한국 대표팀은 이후 25분경 바텀 라인에서 벌어진 한타에서 대만 대표팀 다섯 챔피언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한국은 결국 17킬 9데스 39어시스트의 기록으로 25분 56초 만에 상대 넥서스를 초토화시켰다.
예상된 결과였다. 한국은 대회 전인 12일 대만을 한국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로 초청해 대표팀 평가전을 치렀다. 당시 한국은 대만에 2-0 완승을 거뒀다. 한국은 17일 만에 재회한 대만을 상대로 이번에도 압승을 거뒀다.
이날 우승으로 한국은 5년 전 아픔도 함께 씻어냈다. 한국은 롤이 시범종목이던 직전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에 1-3으로 지며 준우승에 그쳤다. 하지만 5년 후 정식종목으로 치러진 ‘진짜’ 대회에서 한국은 준결승 상대 중국에 2-0 완승(28일)을 거두며 결승에 올랐고, 이튿날 대만마저 꺾으며 대회 전승으로 아시아 최강국임을 입증했다.
한국 대표팀의 정지훈과 미드에서 중복 포지션을 맡고 있는 ‘페이커’ 이상혁은 이날 결승에도 결국 출전하지 않았다. 이상혁은 한국 대표팀이 결승까지 치른 이번 대회 5경기 8세트 가운데 카자흐스탄전 1경기 1세트만 선발로 나섰다. 대회 전부터 손목 부상으로 컨디션 난조를 겪었던 이상혁은 28일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 최근 감기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