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남자 접영 50m 첫 金 백인철
‘지에군(结棍)’은 중국 항저우 지역 방언으로 ‘대단하다’ ‘강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선수단의 아시안게임 선전을 기원합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접영 50m에서 한국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딴 백인철이 경기가 치러졌던 올림픽 스포츠센터 앞에서 금메달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항저우=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백인철은 올해 3월 국가대표 선발전 남자 접영 50m에서 23초50의 한국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4개월 전 처음 한국기록을 세웠는데 또 기록을 앞당기며 백인철이라는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진천 선수촌 입소 직전인 4월, 한라배 수영대회에서 백인철은 망신을 당했다. 접영 50m 예선에서 24초71, 9위로 8명이 오르는 본선에도 못 올랐다.
절치부심하고 출전한 동아수영대회에서 백인철은 24초09로 한라배 대회 당시 기록을 0.62초 앞당기며 우승했다. 취재진 앞에 선 백인철은 “먼 길을 오셨는데 좋은 기록을 못 보여드려 죄송하다. 다음에 더 큰 대회에서 반드시 나아진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당찬 우승 소감을 밝혔다.
경영 마지막 날인 29일 동료들을 응원하기 위해 올림픽 스포츠센터를 찾은 백인철은 “아직 (금메달을 땄다는) 실감은 안 난다. 하지만 셀 수 없이 많은 메시지를 받고 감사 인사를 전하며 (달라진 현실에) 힘을 얻고 있다. 저를 보고 동기부여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우승하던 날 상황에 대해 백인철은 “평소 오전 컨디션이 (오후보다) 안 좋은데, 이날은 유독 그중에서도 컨디션이 안 좋다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예선에서 한국기록이 나와 (우승할 수 있다는)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예선을 치르고 1시간 정도 잠을 자고 휴식을 하며 컨디션도 좋아졌고 하루 2번 한국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평소 진중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백인철답게 아쉬운 점도 복기했다. 백인철은 “결선에서 팔을 휘젓는 동작에서 실수가 있어 (팔을) 한 번 더 돌려 터치패드를 찍었다. 평소 리듬대로 하다 마지막에 팔을 쭉 뻗는 자세로 (터치패드를) 찍었다면 아마 기록이 더 잘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28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 접영 50m 결선에서 백인철이 우승을 확정한 뒤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항저우=뉴스1
‘접영 스프린터’로 아시아를 평정한 백인철의 눈은 이제 세계무대로 향한다. 내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있고 7월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백인철은 “단거리 종목이 동양선수가 서양선수에 비해 불리하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 나도 사실인지 편견인지 잘 모르겠다. 사실이라면 극복할 수 있으니 좋고 편견이라면 깰 수 있으니 좋은 거다. 앞으로 세계무대에서도 당당히 도전 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둘 다 잘 한다면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 자유형 200m 당시 황선우(20), 이호준(22)이 나란히 결선에 올랐던 것처럼 올림픽 자유형 50m 결선에 백인철, 지유찬이 나란히 오르는 그림도 나올 수 있다. ‘스프린터’의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둘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같은 숙소에 배정됐을 정도로 사이가 가깝다.
백인철은 “대회 2주 전 유찬이가 좋은 꿈을 꿨으니 좋은 일이 생길 거 같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내용을 말하면 행운이 달아날 것 같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는데, 뱀 여러 마리를 잡는 꿈이라는 건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다(웃음). 이번 대회에서 유찬이가 자유형 50m에서 먼저 우승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힘을 얻었다. 유찬이 꿈 덕을 본 것도 같다. 선의의 경쟁을 하며 함께 성장 하겠다”고 말했다.
항저우=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