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마라톤도 걷기부터
9월 24일(현지시간)부터 30일까지 6박 7일간 칠레 아타카마사막 마라톤 250km를 완주한 유지성 아웃도어스포츠코리아(OSK) 대표(52)는 사막마라톤을 달리기 위해 2001년부터 걷기 시작했다. 평생 달려보지 않던 그는 걷기로 시작해 1km, 5km, 10km 등 천천히 거리를 늘렸다. 그는 “5km를 넘길 때가 가장 힘들었다. 10km를 넘긴 뒤에는 20km, 30km까지 쉽게 거리를 늘렸고 40, 50km 장거리 달리기를 거의 매일 했고, 대회를 앞두고는 산을 달렸다”고 했다. 체중이 90kg을 넘었던 그는 사막마라톤 준비와 완주를 하면서 67kg까지 20kg 넘게 빠졌다.
마라톤의 첫 출발은 걷기다. 잘 걸어야 달릴 수 있다. 사진은 2015 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의 경보 모습. 동아일보 DB.
사실 우리는 걷기를 밥 먹듯이 한다. 자거나 앉아서 쉴 때, 식사할 때, 사무실에서 일할 때 등을 제외하면 우리는 늘 걷는다. 물론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있지만 걷기는 우리가 언제나, 항상 하고 또 할 수 있는 아주 친숙한 활동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걷기와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걷기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짧은 거리라도 걷기를 생활화하는 자세가 중요하지만 우리 몸이 활기를 느낄 만큼의 스트레스(부하)를 주려면 어느 정도 지속 시간이 필요하다.
2023년 9월 16일 쓴 “사막에 가면 힘이 넘쳐요” 사막마라톤 5700km 뛴 ‘오지 레이서’의 주인공 유지성 OSK 대표. 유 대표 2001년 걷기부터 시작해 250 km 사막마라톤까지 완주했다. 유지성 대표 제공.
따라서 걷기보다 달리기가 순간적으로 막중한 체중을 이겨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걸을 때 발목과 무릎, 허리에 가해지는 충격은 체중과 비슷하지만 달릴 때는 최대 4배까지 충격이 가해진다. 걷기가 달리기에 비해 몸에 스트레스를 적게 주는 이유다.
걷기는 지방과 탄수화물을 반반씩 쓰지만 달리기는 지방을 적게 탄수화물을 많이 소비한다. 즉 체지방을 태워 날씬한 몸매를 만들고 싶은 사람에겐 달리기보다는 걷기가 더 좋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개발원(과거 체육과학연구원)의 조사결과 걷기와 달리기를 1회 30분, 주 3회씩, 20주간 실시한 결과 걷기(13.4%)가 달리기(6.0%)에 비해 체지방 감소율이 두 배 이상 높았다. 그만큼 걷기의 효과는 크다.
2023년 8월 5일 출고한 “무리하게 근육 키우다 무너진 몸, 달리기로 되살렸죠”의 주인공 심연수 씨. 그는 보디빌딩 하다 과도한 식이요법으로 무너진 몸을 달리기로 다시 만들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하루 10분 이상씩 3회를 걷자. 다만 걸을 땐 산보하듯 하면 안 되고 조금 빨리 걸어야 한다. 10분을 걷고 나면 목이나 등에 땀이 살짝 밸 정도가 돼야 한다. 걷기의 속도 조정은 평소 걸을 때보다 약간만 속도를 내면 된다. 물론 더 많이 걸어도 된다. 단 호흡이 가쁘거나 근육이나 통증이 오면 멈춰야 한다. 운동은 몸에 적절한 스트레스를 줘야 하지만 무리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독이 된다. 걷기의 올바른 자세는 목과 팔, 다리를 바르게 하고 편하게 걸으면 된다.
오랜 기간 걷기를 했다면 몸이 어느 정도 단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중도 줄었을 것이다. 심장과 폐도 좋아졌을 것이다. 뼈와 근육을 이어주는 건(腱)과 뼈를 연결하는 관절을 견고하게 하는 인대 등도 예전보다 강해졌을 것이다. 이젠 본격 운동에 들어가도 된다.
잘 짜인 유기체인 몸이 운동이란 스트레스를 이겨내려면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걷기가 생활화되고 신체에 체중의 현저한 감소 등 변화가 나타났다면 이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운동에 들어가도 된다. 이제부터는 운동의 기본 원칙에 따른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꼬박꼬박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워크브레이크는 마라톤 완주의 좋은 방법이다. 2006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뛰다 걷다를 반복하는 ‘워크 브레이크’ 주법으로 페이스메이커를 한 마스터스 마라토너 임용진 씨. 임용진 씨 제공.
워크 브레이크를 우리말로 풀면 ‘걸으면서 휴식 취하기’다. 그런데 이제 걷기 시작한 사람이 달리다 걷기로 휴식을 취할 순 없을 터. 역발상으로 걷다가 짧은 시간의 조깅 브레이크를 가져보자. 여기서의 조깅 브레이크는 ‘조깅하며 휴식 취하기’라는 의미가 아니라 ‘조깅하는 구간(Break)’으로 생각하면 된다.
갤러웨이도 달리기 입문자에게 조깅 브레이크를 권한다. 가장 일반적인 게 5분 걷고 1분 조깅하며 달리는 능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다. 5분 걷고 1분 달리기를 하루 30분씩 해보자. 달리는 것은 걷는 것 보다 조금 빠르게 하면 된다. 이렇게 해도 심장 등 신체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면 4분 걷고 1분 조깅, 3분 걷고 1분 조깅을 하다가 2분 걷고 1분 조깅, 1분 걷고 1분 조깅으로 걷는 시간을 줄여나가면 된다.
2023년 2월 11일 “체력 안 져요”…아들 둘 워킹맘은 오늘도 달린다의 주인공 백은주 씨. 20대 대학시절부터 운동을 이어온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부터는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빠져 즐겁고 건강한 중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중요한 것은 강도를 올려 힘들면 걸으면 된다. 마라톤도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는 게’ 아니다. 엘리트 선수들과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을 노리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이 중간중간 쉬면서 달린다. 힘들면 쉬거나 걸으면 된다. 그게 즐거운 운동의 법칙이다.
워크 브레이크까지 마스터했다면 이젠 마라톤에 도전할 수 있다. 물론 5km, 10km 등 단축마라톤부터 시작해야 한다. 5km를 완주하기 위해선 최소 33분에서 38분간 계속 뛰어야 한다. 초보자의 경우 시속 8~9km로 달린다면 5km를 완주하는데 33분에서 38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시속 10km로 달리면 30분이면 되는데 초보자가 시속 10km로 달리기는 무리다. 시속 8km도 힘들다면 시속 7km로 달리면 되는데 시속 7km는 조금 빨리 걷는 속도와 같다. 따라서 시속 8km가 초보자에겐 적당한 속도다. 시속 8km면 1km를 7분 5초 페이스로 달리는 것이다. 보통 걷는 것 보다 약간 빠르게 달리면 시속 8km는 된다.
2023년 3월 열린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에 참가한 마스터스 선수들이 역주하고 있다. 5km를 완주할 수 있다면 이젠 마라톤에 도전할 수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