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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추석연휴 중동 3개국 찾아…10년째 ‘명절 현장경영’

입력 | 2023-10-02 15:37:00


“중동은 기회로 가득 찬 보고(寶庫)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건설 현장을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석유 의존적 경제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산업 대 전환을 추진 중인 중동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자는 의미다.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에 사우디를 비롯해 이집트와 이스라엘까지 중동 3개국을 찾았다.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을 위해서다. 이 회장은 지난해 회장 취임 직후 삼성물산이 참여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을 점검한 데 이어 1년 만에 다시 중동 지역을 찾았다.

이 회장은 사우디 북부 타북주에 있는 친환경 스마트시티 네옴의 산악터널 공사 현장을 찾았다. 네옴은 사우디의 대규모 국가 개혁 프로젝트의 상징과 같은 미래형 신도시다. 면적은 서울시의 44배에 달한다.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약 5000억 달러(약 67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약 9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주 지역뿐 아니라 산업 및 관광단지, 리조트 등이 들어서게 될 예정이다. 전 세계 기업들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규모다.

네옴은 건설 및 교통뿐 아니라 통신 및 스마트팩토리 등 첨단 신사업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업계에서 네옴시티를 ‘제2의 중동 붐’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 회장은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수 차례 만나 사업을 논의하는 등 중동 지역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
삼성 계열사 중에는 삼성물산이 네옴의 핵심 교통·물류 수단인 지하 철도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거주 지역인 ‘더 라인’에서 하부 교통망 시설 ‘스파인’ 중 약 12.5km 길이의 구간 터널 공사를 시작했다. 이 회장은 “지금은 타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고생하고 있지만 최전선에서 ‘글로벌 삼성’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도전하자”고 당부했다.

사우디 방문에 앞서 이 회장은 이집트 중부 베니수에프주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했다. 이집트는 중동·아프리카 시장의 교두보로,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TV와 모니터, 태블릿 등을 만들고 있다. 중동 시장 공략을 위해 이집트에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도 갖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삼성전자 이스라엘 연구개발(R&D) 센터에서 혁신 스타트업과 신기술 투자 현황을 보고 받았다. 삼성은 미래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이스라엘 R&D 센터 및 삼성리서치이스라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장의 중동 방문은 사전 답사의 의미도 있다. 이 회장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과 정·재계 인사들이 21~24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방문해 네옴시티 수주전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지에서 임직원 격려뿐 아니라 경영진들과 함께 중동 비즈니스 전략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014년부터 10년 째 ‘명절 글로벌 현장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명절 연휴를 활용해 해외 사업을 점검하고 현지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2014년 설 연휴에는 미국 출장을 떠나 현지 이동통신사 경영진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2016년 설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현 메타) 창업자와, 같은 해 추석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동했다. 지난해 추석에는 삼성전자 멕시코·파나마 법인에서 중남미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