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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폭우에 뉴욕 속수무책…주지사 “홍수가 뉴 노멀”

입력 | 2023-10-02 17:24:00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시의 한 편도 4차선 도로에 물이 가득 차 차량들이 갓길 쪽으로 비켜서 한 줄로 조심스레 이동하고 있다. 기후변화 등으로 최근 폭우가 잦아진 가운데 당국의 늑장 대응과 낡은 배수 체계가 홍수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지난달 29일 오전 8시 30분. 미국 뉴욕시 라과디아 공항으로 향하는 편도 4차선 도로 한 쪽 배수구에서 분수처럼 물이 샘솟기 시작했다. 시간당 5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탓에 물은 순식간에 불어났고 도로는 거의 잠겼다. 기자가 탄 택시를 비롯해 차들은 갓길 쪽으로 이동해 한 줄로 기어가듯 할 수밖에 없었다. 운전사 라치앗 씨는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며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모르겠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인근의 차들이 여전히 우왕좌왕하고 있는 가운데 30분이 지나서야 휴대전화에 ‘생명에 위협이 될 만한 홍수 위험이 있으니 가급적 이동하지 말라’는 당국의 재난 경고 메시지가 왔다. 이미 대부분의 직장인, 초중고 학생들이 출근과 등교를 시작한 후였다. 이날 뉴욕시에서만 최소 150여 개 학교가 침수 피해를 겪었다.

그 사이 맨해튼, 브루클린, 퀸스 등 뉴욕시 곳곳의 지하철역과 도로가 침수됐다. 라과디아 공항의 터미널 A는 물이 들어차 전면 폐쇄됐다. 같은 날 오후 11시경 가까스로 문을 열었지만 일부 승객이 맨발로 침수 구역을 지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등장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시의 한 지하철역 계단에 갑작스레 흘러든 빗물이 폭포처럼 떨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 캡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일대에도 하루 동안 203mm가 내렸다. 9월 기준으로는 1948년 이후 75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린 9월로 기록됐다. 이로 인해 항공기 수백 편이 취소되거나 지연됐다. 역시 127mm의 비가 내린 맨해튼 센트럴파크 내 동물원에서는 바다사자 한 마리가 우리 밖 침수 지역으로 탈출했다가 붙잡혔다.

177mm의 폭우가 집중된 브루클린에서는 반지하 아파트, 식당들이 대거 침수 직격탄을 맞았다. 뉴욕 외식기업 QB호스피탈리티의 토니 박 사장은 “브루클린 매장은 새 건물인데도 물이 가득 들어와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이날 낮 12시에야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등 뒷북 대응으로 일관한 것도 비판을 받고 있다. 자녀가 브루클린에서 맨해튼 고등학교로 지하철 통학을 한다는 한 학부모는 기자에게 “기록적 홍수라면서 왜 학교를 열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배수 체계 개선에 시간이 걸린다면 경고 체계라도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뉴욕시의 배수 체계로는 시간당 1.75인치(40.8mm)의 비만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시간당 2인치 이상이 지속적으로 내려 하루 200mm 가까운 폭우가 쏟아진 것이 곳곳에서 침수 피해를 키웠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같은 달 30일 “불행히도 폭우가 ‘뉴 노멀’(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