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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용 비료가 생명수로 둔갑…4000억대 폰지사기 일당 검거

입력 | 2023-10-02 18:17:00


일당이 투자금 유치를 위해 활용한 가짜 건강기능식품. 강남경찰서 제공

농업용 비료로 사용되는 ‘풀빅산(Fulvic Acid)’을 원료로 한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투자하면 원금의 300%에 달하는 수익을 돌려주겠다며 투자자 수천 명으로부터 4000억 원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모 업체 회장 A 씨(75) 등 일당 23명을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사기 등 혐의로 검거하고, 이 중 5명을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A 씨 일당은 정부의 인허가를 받지 않고 풀빅산을 이용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고, 옥 광산과 리조트 운영 등 부대사업으로 원금의 300% 수익을 보장한다며 수천 명의 피해자로부터 투자금 약 4092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실제로는 사업을 제대로 추진한 적도 없고, 나중에 받은 투자금으로 앞선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이 ‘수천만 년 전 퇴적물의 부식·분해·합성으로 형성된 천연 유기물질’, ‘선진국에서는 생명수로 유통 중’이라며 홍보한 풀빅산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음용으로 허가받지 못한 농업용 액상 비료였다.

투자금 유치를 위한 건강기능식품 사업설명회. 강남경찰서 제공

지난해 12월 처음 피해자 고소를 접수한 경찰은 곧 총책급 2명을 출국금지하고, 업체 사무실과 제품 제조 공장,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일당이 투자금 유치 실적을 기준으로 10여 개의 직급 체계를 두고 전국에 센터를 운영하며 투자유치를 독려한 사실을 확인하고 A 씨 등 주범 6명에 대해선 범죄집단조직죄도 적용했다.

또 주범들이 소유한 토지·공장과 고급 외제차 등의 자산을 판결에 앞서 빼돌릴 수 없도록 법원에 기소 전 추징보전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생소한 분야의 사업 투자를 권유하거나, 다단계 조직을 갖추고 투자금 유치에 따른 추가 수당 지급 등을 약속하는 경우 사기나 유사수신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