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양당 지지율, 조사 기관별 우세 차이 2030 등 ‘스윙보터’ 민심은 대선 후 역전 정치 양극화로 명절 영향 줄어… 표심 바뀔까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선거를 앞둔 명절 때 언론 보도의 단골 메뉴는 단연 ‘밥상머리 민심’이다. 명절에 가족끼리 모여 앉아 자연스럽게 정치 얘기를 하게 되고 이것이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예외 없이 밥상머리 민심이 관심사였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많은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으나 편차가 너무 커서 오히려 혼란스러웠다. 유사한 시기에 실시된 조사임에도 ‘6%포인트 국민의힘(33% 대 27%) 우세’(NBS·9월 25∼27일)부터 ‘7.4%포인트 더불어민주당(27.0% 대 34.4%) 우세’(엠브레인-YTN·9월 25∼26일)까지 편차가 컸다. 심지어 26∼27일 리얼미터 조사는 11.4%포인트, 22∼23일 여론조사꽃 조사는 18.5%포인트 민주당 우세였다. 이 두 자동응답방식(ARS)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무려 47.6%와 54%에 육박했다.
필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된 대통령 및 정당 지지율 조사 전수 650여 건을 모두 취합해 조사 업체별 경향성(하우스 효과)을 보정한 지지율을 추정하고 있다.
정당 지지율은 어떨까. 추석을 일주일 앞둔 9월 22일 기준으로 모든 여론조사를 포함하면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33.8% 대 39.0%). 그러나 응답률이 더 높은 전화면접 조사만 보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아주 근소하게 앞서는 상황이다(32.8% 대 32.1%). 투표율에 따라 명암이 갈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총선과 관련지어 중요한 것은 2030세대와 수도권 유권자다. 이들을 잡아야 총선 승리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의 ‘이념 배반 투표’ 때문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으나 작년 대선에서는 윤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대선 당시 여론조사 전수를 분석해 보면 20대(40.7% 대 29.1%), 30대(41.2% 대 36.6%), 서울(44.8% 대 37.3%)에서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앞섰고 경기·인천에서만 박빙의 상황(42.0% 대 41.5%)으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맞았다.
이들 부동층의 추석 밥상머리 민심은 어땠을까. 여러 조사 업체들의 경향성을 보정한 후 20대 정당 지지율을 추정하면 26.4% 대 33.9%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섰다. 전체 조사보다 차이가 확연히 줄긴 하나 응답률이 높은 면접 조사에서도 21.2% 대 24.7%로 민주당이 앞섰다. 30대에서는 윤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2주 차쯤 이미 민주당이 국민의힘 지지율을 뛰어넘었고 이후 줄곧 앞서 왔는데 가장 최근에는 이 차이가 이전보다 더 벌어진 상황이다(28.9% 대 36.6%).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지역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모든 조사를 다 포함할 경우 34.9% 대 35.9%로 민주당이 약간 앞섰으나 응답률이 높은 전화면접에서는 32.6% 대 29.7%로 국민의힘이 약간 우세했다. 반면 경기·인천 지역에서는 전체 조사(32.2% 대 40.3%)는 물론이고 면접조사(30.4% 대 33.9%)에서도 민주당 우세가 분명했다.
미국에서도 한국의 추석에 해당하는 추수감사절에 먼 곳에서 모인 가족들끼리 전통 추수감사절 음식인 칠면조 구이를 먹으며 정치 얘기를 나누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용자 위치정보와 지역구 득표율 데이터를 활용해 키스 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와 라인 롤라 워싱턴주립대 박사가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경제학 논문에 따르면, 경쟁 정당이 이긴 지역구에 사는 친척들과의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0∼30분가량 짧았다고 한다. 정치 양극화로 명절 밥상머리 민심이란 개념도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곧 우리 언론 지면에서도 명절 때 밥상머리 민심을 주제로 한 기사는 사라질지 모르겠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