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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한규섭]2023년 추석 밥상머리 민심

입력 | 2023-10-02 23:39:00

추석 전 양당 지지율, 조사 기관별 우세 차이
2030 등 ‘스윙보터’ 민심은 대선 후 역전
정치 양극화로 명절 영향 줄어… 표심 바뀔까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선거를 앞둔 명절 때 언론 보도의 단골 메뉴는 단연 ‘밥상머리 민심’이다. 명절에 가족끼리 모여 앉아 자연스럽게 정치 얘기를 하게 되고 이것이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예외 없이 밥상머리 민심이 관심사였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많은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으나 편차가 너무 커서 오히려 혼란스러웠다. 유사한 시기에 실시된 조사임에도 ‘6%포인트 국민의힘(33% 대 27%) 우세’(NBS·9월 25∼27일)부터 ‘7.4%포인트 더불어민주당(27.0% 대 34.4%) 우세’(엠브레인-YTN·9월 25∼26일)까지 편차가 컸다. 심지어 26∼27일 리얼미터 조사는 11.4%포인트, 22∼23일 여론조사꽃 조사는 18.5%포인트 민주당 우세였다. 이 두 자동응답방식(ARS)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무려 47.6%와 54%에 육박했다.

필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된 대통령 및 정당 지지율 조사 전수 650여 건을 모두 취합해 조사 업체별 경향성(하우스 효과)을 보정한 지지율을 추정하고 있다.

총선은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9월 22일 기준 대통령 지지율은 36.2%로 추정됐다. 참고로 동일한 분석 방법을 적용하였을 때 국민의힘이 승리한 작년 6월 1일 지방선거 당시 윤 대통령 지지율은 53.4%였다.

정당 지지율은 어떨까. 추석을 일주일 앞둔 9월 22일 기준으로 모든 여론조사를 포함하면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33.8% 대 39.0%). 그러나 응답률이 더 높은 전화면접 조사만 보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아주 근소하게 앞서는 상황이다(32.8% 대 32.1%). 투표율에 따라 명암이 갈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총선과 관련지어 중요한 것은 2030세대와 수도권 유권자다. 이들을 잡아야 총선 승리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의 ‘이념 배반 투표’ 때문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으나 작년 대선에서는 윤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대선 당시 여론조사 전수를 분석해 보면 20대(40.7% 대 29.1%), 30대(41.2% 대 36.6%), 서울(44.8% 대 37.3%)에서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앞섰고 경기·인천에서만 박빙의 상황(42.0% 대 41.5%)으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맞았다.

이들 부동층의 추석 밥상머리 민심은 어땠을까. 여러 조사 업체들의 경향성을 보정한 후 20대 정당 지지율을 추정하면 26.4% 대 33.9%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섰다. 전체 조사보다 차이가 확연히 줄긴 하나 응답률이 높은 면접 조사에서도 21.2% 대 24.7%로 민주당이 앞섰다. 30대에서는 윤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2주 차쯤 이미 민주당이 국민의힘 지지율을 뛰어넘었고 이후 줄곧 앞서 왔는데 가장 최근에는 이 차이가 이전보다 더 벌어진 상황이다(28.9% 대 36.6%).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지역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모든 조사를 다 포함할 경우 34.9% 대 35.9%로 민주당이 약간 앞섰으나 응답률이 높은 전화면접에서는 32.6% 대 29.7%로 국민의힘이 약간 우세했다. 반면 경기·인천 지역에서는 전체 조사(32.2% 대 40.3%)는 물론이고 면접조사(30.4% 대 33.9%)에서도 민주당 우세가 분명했다.

지난 대선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은 4개 ‘스윙보터(Swing Voter)’ 집단 중 3개(20대, 30대, 서울) 집단에서 우세, 1개 집단(경기·인천)에서 초박빙인 상황에서 선거에 돌입했다. 현재 상황은 정반대로 동일한 4개 집단 중 민주당이 3개(20대, 30대, 경기·인천)에서 우세, 1개(서울) 집단에서 초박빙인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한국의 추석에 해당하는 추수감사절에 먼 곳에서 모인 가족들끼리 전통 추수감사절 음식인 칠면조 구이를 먹으며 정치 얘기를 나누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용자 위치정보와 지역구 득표율 데이터를 활용해 키스 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와 라인 롤라 워싱턴주립대 박사가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경제학 논문에 따르면, 경쟁 정당이 이긴 지역구에 사는 친척들과의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0∼30분가량 짧았다고 한다. 정치 양극화로 명절 밥상머리 민심이란 개념도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곧 우리 언론 지면에서도 명절 때 밥상머리 민심을 주제로 한 기사는 사라질지 모르겠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