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세탁기만한 돌 이어 400t 낙석 인근 캠핑객 덮쳐 4명 중경상 공무원들 캠핑 중지 권한 없어 추가 사고 가능성… 실효 대책 필요
굉음과 함께 무너져내린 거북바위 머리 2일 오전 경북 울릉군 서면에서 울릉도의 대표적 관광 명소인 거북바위 일부가 무너지며 관광객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거북바위가 무너지기 직전 모습. 오근 씨 제공
거북바위가 무너져 내린 모습. 원 안의 거북바위 머리 부분이 사라진 걸 확인할 수 있다. 오근 씨 제공
2일 오전 경북 울릉군 서면에서 거북바위 붕괴 장면을 목격한 오근 씨(61)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고 당시를 이같이 돌이켰다. 오 씨는 “붕괴 당시 막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했다. 바위 아래 ‘차박’(차 내 숙박)을 하던 차량이 5, 6대가량 있었는데 쏟아지는 돌을 맞고 부서진 채 겨우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덧붙였다.
독자 오근 씨 제공
● 이른 아침 캠핑객 덮친 낙석 400t
사고 발생 후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는 가운데 차량 한 대가 낙석지대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울릉군 제공
울릉군 관계자는 “최근 지역에 계속 내린 비 때문에 지반이 약해져 무너져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굴착기 등을 동원해 현장을 복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릉군에선 최근 비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24일에도 북면 현포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일주도로가 폐쇄됐다.
● “지난해도 세탁기만 한 바위 떨어져”
거북바위에선 과거에도 낙석 사고가 적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에도 상당한 크기의 바위가 떨어지는 낙석 사고가 발생했다. 주민 민종기 씨(48)는 “지난해에도 세탁기만 한 바위가 떨어져 군청 관계자들이 조사를 나왔다. 이후 낙석 위험 표지판을 추가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철조망 등으로 출입을 통제하진 않아 여전히 상당수 캠핑족이 인근에서 캠핑을 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수시로 돌아다니며 계도하지만 강제로 캠핑을 중지시킬 권한이 없다 보니 캠핑족들과의 실랑이가 적잖게 벌어지곤 했다”고 말했다.
권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화산연구단장은 “울릉도는 뜨거운 용암이 차가운 바다와 만나 급하게 식으며 만들어진 섬으로 내부에 ‘절리’라고 부르는 크랙(crack·틈)이 많이 생성돼 있다”며 “크랙 사이로 수분이 유입되고 동결과 해빙을 반복하다 보면 공간이 점점 커지다 결국 무너지는 만큼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계원 한국방재안전학회장(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은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낙석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위험 반경을 설정하고 필요한 경우 출입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