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고도화’ 北헌법 명시 결정 “여러 수단 생산 늘려 실전배치” 김정은 “反美국가들과 연대 강화” 한미일, IAEA서 함께 北 규탄
북한은 지난달 26, 27일 최고인민회의(한국의 국회 격)에서 핵 무력 정책을 국가 최고법인 헌법에 명시하기로 결정하면서 타협하지 않고 핵 개발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핵무기가 흥정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 쐐기를 박고, 핵 무력 증강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까지 노골화한 것이다.
북한 관영매체가 이 사실을 공개한 당일인 지난달 28일 한미일 3국 북핵 수석대표들은 공조 통화를 갖고 북한의 헌법 개정을 규탄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핵을 빼놓고 북한과 협상하는 건 어렵다는 원칙은 변함없다”면서 “앞으로 더욱 북한을 압박하고 대북제재 이행도 촉구하는 등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불가를 시사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북한의 선(先)비핵화 원칙을 오히려 더 분명하게 내세울 거라고 밝히면서 최소 내년 11월 미국 대선 전까진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한 모멘텀이 조성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김정은 “핵 무력 질량적으로 급속 강화”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일 원자력공업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문에서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불가역적인 것으로 되었으며 이는 그 누가 부정한다고 하여 달리 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핵 무력 정책을 헌법에 명시한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것. 지난해 9월 핵 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할 당시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공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중대 과제로 “핵 무력을 질량적으로 급속히 강화”, “핵무기 생산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핵 타격수단들의 다종화 실현, 여러 군종에 실전 배치하는 사업 실행” 등까지 주문했다. 북한의 대남(對南) 전술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등 투발 수단의 전력화가 머지않았음을 시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신냉전’ 구도에 따른 반미(反美) 연대 구축을 공표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무기·기술 거래 등 군사협력을 구체화한 김 위원장이 이제 노골적으로 러시아, 중국 등과 손잡고 한미일 공조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 北, 한미일 등 국제사회 공동 대응에 민감 반응
한미일을 중심으로 북한의 핵 무력 정책의 헌법 명시를 겨냥한 비판이 잇따르자 북한은 일일이 대응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지난달 30일 담화를 통해 북한의 핵 무력 헌법 명시를 비난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회의를 겨냥해 “주권 국가의 내정에 대한 노골적인 간섭”이라고 거칠게 반발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