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에 휘청이는 대학] 재학생들도 반수 경쟁 뛰어들어 고3 입시경쟁 치열해지는 악순환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 줘야”
“수업 편성이 아예 안 되는 과목까지 나옵니다. 학생들이 여럿 자퇴하면 ‘비인기 과목’은 정원을 채우지 못해 한꺼번에 폐강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예요.”
서울의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학 내 현실을 토로했다. 1, 2학년 재학생들의 중도 탈락률이 높아져 강의 개설이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의가 사라지면 기존 재학생들까지 피해를 보게 된다. 대학들은 강의 개설을 위한 최소 학생 수 기준을 완화하는 추세다. 이 입학사정관은 “등록금도 수년간 못 올린 상황에서 1, 2학년생들이 이렇게 많이 나가면 학교 운영에 지장을 준다”고 토로했다.
재정난이 심각한 대부분의 대학은 편입생 충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신세다. 문제는 서울 주요 대학들이 편입생들을 빨아들이면서 연쇄 효과로 지방대나 중하위권 대학도 결원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서울 주요 대학은 편입학 경쟁률이 20 대 1을 웃돌지만 지방대는 이에 못 미친다. 편입학 확대가 결국 지방대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종로학원이 최근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4년제 대학 편입 규모를 분석한 결과 서울권 대학의 편입학 경쟁률은 20.3 대 1, 지방권 대학은 2.14 대 1이었다.
이런 기형적 입시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줄면서 지방권 대학은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수도권 대학은 높은 중도 탈락률 때문에 위기”라며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대학에 학교에 남아 공부할 학생을 제대로 선발할 권한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이과 통합수능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공대에 진학했어야 할 아이들이 대학 타이틀만 보고 입학해 철학과에 와서 앉아 있다”면서 “성적과 간판에 휘둘려 학과를 택하는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고 짚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