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갱단이 장악해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 다국적 경찰을 투입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 제재 등의 주요 안건마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비토권) 행사로 사실상 ‘식물 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높아진 가운데 오랫만에 안보리가 행동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안보리는 2일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케냐가 주도하는 약 1000명의 다국적 경찰이 아이티에서 치안 유지 임무를 수행하도록 승인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최소 1년간 아이티에 머무를 다국적 경찰들은 공항, 항구, 학교, 병원 등 주요 인프라를 보호하고, 현지 경찰과 공동작전을 수행하기로 했다. 다만 정확한 배치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장빅토르 제네우스 아이티 외교장관은 “오랜 고통을 받은 국민들에겐 희망의 빛”이라고 반겼다. 이와 별도로 미국은 1억 달러(약 1350억 원)를 제공할 뜻도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아이티 국민은 오래 기다릴 수 없다”며 다국적 경찰 파견 승인을 호소했다.
아이티는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당시 대통령의 암살 이후 극심한 사회 혼란을 겪고 왔다. UN에 따르면 올 1월 1일~8월 15일에만 2400여 명이 숨지고 950여 명이 납치됐다. 1100만 명 인구 중 약 60%가 하루 2달러(약 2700원) 미만의 소득으로 살아가는 극빈층이다. 이에 지난해 10월 아리엘 앙리 총리가 ‘전문 치안 인력의 배치’를 요청했고 이번에 다국적 경찰 파견이 이뤄졌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