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금리, 더 높게 더 오래’ 시사 월가 거물들도 “고금리가 뉴 노멀” 韓, GDP 대비 가계빚 108% 넘어 소비 위축→성장률 악화 우려 커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고금리 장기화 경고가 잇따르면서 가계부채가 역대급 속도로 늘고 있는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준 인사들이 연일 기준금리를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유지할 것이란 발언을 내놓는 가운데 월가에선 7%대 금리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7% 금리로 간다고 보느냐’란 질문에 “내가 지난해에 5%대 금리가 올 것이라고 얘기했을 때도 사람들이 ‘정말로 그러냐’고 했다”며 “이사회에 7% 금리도 가능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인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가 7%대 금리에 적응했는지 모르겠다”고 한 발언을 되풀이하며 “물가가 계속 내려갈 것 같지 않다”란 견해를 내놓았다.
다이먼 회장은 세계 경제에 두 가지 이상 징후 때문에 고금리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재정 지출이 평시 대비 기록적인 수준으로 높아졌고,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갈등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 그는 “재정 과다 지출, 유가, 그린 이코노미 등 어느 것 하나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게 없다”고 했다.
연준 내 매파 인사들은 한술 더 떠 추가로 금리를 올리고, 이를 오랫동안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어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고 당분간 제한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연준은 연말 최종 금리를 5.5∼5.75%로 제시해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고, 내년에는 5.0∼5.25%로 전망했다.
고금리 장기화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계대출과 맞물려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을 안길 수밖에 없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지자 기획재정부는 3일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고금리 장기화 우려 속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강(强)달러의 영향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빚 부담은 소비 위축이 우려될 정도로 커지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가계가 이자 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13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후 전 분기를 통틀어 가장 많은 금액이다. 월평균 소득(479만3000원)에서 차지하는 비중(2.7%)도 역대 최대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높은 금융비용이 민간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부채를 줄이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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