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요즘 들어 부쩍 지인의 장례식이 많아졌다. 20∼30년 봐 드리던 환자, 그리고 선배님들. 작고하신 선배 중 한 분은 사진작가로 같이 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사랑하세요!”란 말이 생각난다. 한 분은 정치인으로 늘 가난한 사람들을 걱정하셨는데 종종 “난 아플 시간이 없어요”라고 그는 말했다. 췌장암을 앓던 고등학교 동창, 20년 넘게 같이 일한 시술방 젊은 간호사, 얼마 전엔 젊은 후배 의사가 병원 앞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어린 제자가 집사람을 잃었다고 하여 장례식장에 다녀왔는데, 제단을 지키는 어린 두 딸을 보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다시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으로 돌아간다. “공부하는 삶은 늙지 않는다!” 최근 독서 모임을 만들었다. 나이 든 친구들도 있고 젊은 친구들도 있다. 젊은 친구들과의 모임이 즐겁다. 새로운 것, 모르는 것을 이야기하면 재미도 있고, 배우는 것이 많다.
얼마 전에는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와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미래와 더불어 행복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좋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맛있는 것을 먹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니 공부하면서도 즐겁고 행복하지 않은가. 사실 공부라는 게 비단 책을 읽고 지식을 학습하는 것만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독서도, 젊은 사람들과의 만남도,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도 다 인생의 공부다. 더불어 행복하니 좋지 아니한가. 남은 인생, 이런 삶이라면 나이 듦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 그날따라 북클럽 회원들과 함께 하는 소주가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