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이나 은총은 강제로 요구한다고 해서 오는 것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가 음악의 치유 효과를 설명하면서 했던 말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였다. 그는 정상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마음속은 좀비처럼 죽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리를 걷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우울함이 걷히고 기분이 좋아졌다. 생명의 소리가 뭔가를 속삭이는 것 같았다. 지하실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소리 때문이었다. 슈베르트의 음악이었다. 어머니가 자주 불렀던 슈베르트의 ‘밤의 노래’가 떠올랐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몇 주 만에 처음으로 웃었다.
며칠 후였다. 그는 아주 비싼 입장권을 사서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리는 공연에 갔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가 부르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공연이었다. 그런데 그가 느끼기에 뭔가가 부족했다. 가수의 목소리는 밋밋하고 활력이 없었다. 기교는 완벽했지만 아무 감동이 없었다. 그는 관객들이 “넋을 잃고” 듣고 있는 모습을 보고 예의상 그러는 척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 신문에 실린 연주회 평은 찬사로 가득했다. 활력이 없고 감정이 얼어붙은 사람은 가수가 아니라 그 자신이었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