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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법치 경멸外 아무 생각 없는 사람” 前비서실장 폭로

입력 | 2023-10-04 03:00:00

켈리 “참전용사에 패자-멍청이 폭언
트럼프 軍통수권자 되면 안돼” 성명
“신이여 우리를 도와주소서” 한탄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 국토안보부 장관 등을 지낸 존 켈리 전 실장(사진)이 2일 “트럼프는 미국의 민주주의, 헌법, 법치를 경멸하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그가 현재 야당 공화당의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상황을 두고 “신이여, 도와주소서”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켈리 전 실장과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등은 충동적인 언행과 의사결정으로 유명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어하는 이른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으로 불렸지만 모두 내쳐졌다.

켈리 전 실장은 이날 CNN을 통해 발표한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참전용사와 그 가족을 가리키는 ‘골드스타 패밀리’에 대한 비난과 폄훼를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사회가 왜 참전용사를 기리고 우대하는지를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았고 참전용사에게 종종 ‘패자(loser)’, ‘멍청이(suckers)’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가리켜 “포로로 잡힌 매케인은 전쟁 영웅이 아니다. 나는 잡히지 않은 사람이 좋다”는 막말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 조종사로 참전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격추된 패자”라고 조롱했다. 2018년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을 맞아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파리 근교의 미군 묘지에 묻힌 미군 병사들의 무덤을 방문하는 일정도 취소했다.

이에 켈리 전 실장은 조국을 위해 봉사한 이타적인 사람을 조롱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은 사람이 군 통수권자가 되면 안 된다며 “신이여, 우리를 도와주소서(God help us)”라는 말로 성명을 마무리했다. CNN은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 또한 비슷한 비판을 해 왔다며 어떤 미 대선주자도 내부자로부터 이렇게 많은 비판을 받은 일이 없다고 꼬집었다.

여러 건의 민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일 은행 대출을 쉽게 받으려고 뉴욕 소재 부동산, 영국 골프장 등의 자산 가치를 22억 달러(약 3조 원) 부풀려 보고한 혐의로 제기된 민사 재판에 출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 출석하는 사진을 직접 공개하며 자신의 대선 재출마를 방해하기 위한 “이 시대 최고의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에게 2억5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에게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