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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축구장에 솔레이마니 동상… 사우디, 경기 거부

입력 | 2023-10-04 03:00:00

이란선 영웅, 사우디선 ‘테러 원흉’
‘동상 철수’ 갈등… 결국 경기 취소



2일 이란 이스파한 나크시에 자한 스타디움에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동상이 놓여 있다. 이스파한=AP 뉴시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위해 이란을 찾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정팀이 경기장에 놓인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동상을 이유로 출전을 거부해 2일 경기가 취소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이스파한 나크시에 자한 스타디움에서 예정된 안방 팀 세파한SC와 방문 팀인 알이티하드의 경기에서 방문 팀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나가는 입구에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의 동상이 설치된 것을 보고 입장을 거부했다. 동상을 치우지 않으면 출전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했지만 안방 팀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6만여 명의 관중은 경기 시작 지연에 “필드에 정치를 끌어들이지 말라”며 항의했지만 끝내 발길을 돌려야 했다. AFC는 “이 문제를 관련 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은 이란 혁명수비대를 이끌었던 인물로 2020년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란에서는 영웅으로 통하지만 사우디에서는 자국 남부 및 예멘에서 활동하는 후티 반군을 지원했으며 사우디 드론 테러 사건을 일으킨 원흉으로 통한다. 서방에선 그를 테러리스트로 분류했다.

올해 초 중국의 주재로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던 양국 간에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비롯해 최근 사우디 남부 국경 및 내전 중인 예멘에서도 충돌이 잇따르며 양국의 관계가 경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