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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리품이나 잘 만들어라”…러시아 방산업체에 전화한 우크라군

입력 | 2023-10-04 10:28:00

러시아 방산업체, 우크라이나군이 전화한줄 모르고 세부사항 알려줘




러시아군으로부터 노획한 T-72B3 전차를 수리한 후 사용하는 우크라이나군. @RandomWorldWar X(구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군이 노획한 러시아 전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러시아 방위산업 업체에 전화를 걸어 기술지원을 요청했다. 러시아 업체는 전화 건 사람이 우크라이나군 소속인 줄 모르고 기술지원을 해줬다.

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은 우크라이나 매체 ‘밀리타르니 비디오뉴스’ 유튜브 채널에 우크라이나군 장교가 러시아 방산업체인 ‘우랄바곤자보드’(UVZ)에 전화를 걸어 기술지원을 요청하는 영상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통화 당시 자신을 ‘코제브니크’ 콜사인을 가진 기갑 부대 사령관이라고 소개한 이 우크라이나군 장교는 러시아 방산업체에게 T-72B3 탱크의 결함 사항을 나열했다. 그는 “기름이 새고 압축기에도 결함이 있으며, 포탑 조종에도 문제가 있어 수동으로 해야 한다”고 업체에 전했다.

이에 UVZ 측은 통화하는 사람이 우크라이나군 소속 장교인 줄도 모르고 문의 사항을 설계국 및 엔진 제조업체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한 뒤 책임자와 통화할 수 있게 연결까지 해줬다.

이후 UVZ 측 책임자는 우크라이나군 장교에게 관련사항을 물으면서 전차의 문제점을 ‘왓츠앱’으로 자세히 알려달라고 요청하자 이 장교는 “나는 K-2 기갑단의 사령관이다. 우크라이나 제54 기계화 여단 소속”이라며 “우리가 전리품으로 노획할 때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탱크를 잘 만들어 달라.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돌린다”고 말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러시아 방위산업체 우랄바곤자보드(UVZ)와 통화하는 우크라이나군 기갑 부대 사령관 ‘코제브니크’. Militarnyi Videonews 유튜브 캡처


러시아군의 주력 전차인 T-72B3는 1970년대 소련이 정식으로 채용한 T-72A 전차를 최신 기술을 적용해 개량한 전차다. 최신 기술로 개량한 만큼 우크라이나군이 주력으로 쓰고 있는 T-64 전차보다 성능이 낫다는 평가를 받지만, 러시아군의 미숙한 운용 경험과 보급 문제로 우크라이나군에게 200대 이상 노획당한 상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파괴된 장비를 분석·분류하는 ‘오릭스’(Oryx) 군사 분석가는 지난 5월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약 3000대의 작전용 전차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2329대의 전차를 잃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인사이더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전차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군이 후퇴할 때 버리고 간 전차를 노획해 자체적으로 수리한 후 전선에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