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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한달 만에 경매…선순위권 미고지 공인중개사 책임은?

입력 | 2023-10-04 10:56:00

계약시 '근저당권'만 설명…임차권은 고지 미흡
"선순위권 미안내, 기망" 공인중개사에 소송 내
法, 원고일부 승…다만 "배상책임은 15% 제한"




중개를 맡은 물건에 대해 선순위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공인중개사에게 법적인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 이백규 판사는 A씨 등 원고 2명이 집주인 B씨와 공인중개사 C씨 등을 상대로 낸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원고들은 2021년 11월 피고 C씨 등의 중개로 B씨가 소유한 청주 서원구 소재 다가구주택 한 채에 대해 보증금 7500만원의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같은 해 12월9일부터 2년까지로 보증금을 지급한 A씨 등은 확정일자도 부여받았다.

하지만 사실 해당 주택과 부지에는 3억1200만원 상당의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고, 3억2700만원 상당의 선순위 임차인들도 있는 상태였다.

문제는 물건을 중개한 C씨 등이 나눠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는 선순위 근저당권에 대한 설명은 있지만, 선순위 보증금에 대해서는 2억500만원 상당에 대해서만 설명돼 있고, ‘임대인이 서류제출을 거부하고 구두로 설명함’ 문구만 적혀 있었다.

결국 계약 한 달여만인 2021년 12월 해당 주택과 부지는 강제경매에 넘어갔고, 5억2000만원에 매각됐다. 이 과정에서 A씨 등은 보증금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A씨 등은 집주인 B씨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소송과 함께, C씨 등 공인중개사들이 부동산 중개 과정에서 선순위권리에 대해 안내하지 않은 것은 기망행위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A씨 등은 한국공인중개사 협회가 회원들과 1억 한도로 맺은 손해 보상 공제계약을 근거로 협회 측에 대해서도 공동으로 배상 책임을 물었다.

법원은 A씨 등의 손해가 C씨 등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보고 이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임대차 계약을 중개한 C씨 등에게 건물 소유·저당권뿐만 아니라 미등기 권리 관계, 다른 임차인의 보증금 등 세부 자료를 임대인에게 요구해 확인하고 이를 A씨 등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결국 설명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탓에 A씨 등이 입은 보증금 손실에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선순위 임차인들의 보증금은 3억2700만원에 이르는데 C씨 등 피고가 명시한 금액 2억500만원과는 금액 차가 상당하다”며 “이는 보증금 7500만원의 계약을 체결하려는 원고 입장에서는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데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 중개업자로서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손해배상 책임의 한도에 대해서는 C씨 등 공인중개사와 그 협회에 대해 15%로 제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계약 당시 C씨 등이 확인·설명서에 임대인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추가적인 선순위 권리권이 행사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기에 일정 부분 설명 의무를 이행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원고들도 임대인에게 계약서 제시를 요구하는 등 자신의 책임 아래 건물의 권리관계 등을 조사한 후 보증금 회수 가능성을 검토해 위험을 최소화할 조치를 강구했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집주인 B씨에게는 보증금 7500만원 전액을 반환하라고 선고했으며, 보증금의 15%에 해당하는 1125만원에 대해서는 A씨 등 공인중개사와 협회 측이 공동으로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