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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 개구리’의 몰락…男배구·男농구 사상 첫 ‘동반 노메달’

입력 | 2023-10-04 14:45:00

3일 오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김나지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8강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추일승 감독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23.10.3/뉴스1


겨울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남자 농구와 남자 배구의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남자 농구는 8강, 남자 배구는 12강에서 탈락했는데 두 종목이 나란히 메달 획득에 실패한 것은 아시안게임 역사상 처음이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남자 농구대표팀은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남자 농구 8강전에서 중국에 70-84로 대패했다.

객관적 전력이 떨어져도 ‘공은 둥글다’며 기적 같은 승리를 꿈꿨지만 만리장성의 벽은 너무 높았다.

1쿼터 막판부터 중국은 거센 공세를 펼치며 거리를 벌렸다. 한국은 슛 정확도가 떨어지고 턴오버(실책)를 남발해 추격의 원동력을 상실했다. 2쿼터를 마쳤을 때 스코어는 30-50, 무려 20점 차였다. 그렇게 일찌감치 승부의 추는 기울어졌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5~8위 결정전으로 밀리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남자 농구대표팀이 아시안게임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2006년 도하 대회(4위) 이후 17년 만이다.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9년 만에 정상을 탈환하겠다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

잘했는데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도 아니다. 앞서 조별리그에서는 ‘2진’으로 구성된 일본에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남자 농구대표팀의 몰락은 앞서 먼저 노메달로 짐을 싼 남자 배구대표팀을 떠올리게 했다.

22일 오후 중국 샤오싱 차이나 텍스타일 시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남자 배구 12강 토너먼트 대한민국과 파키스탄의 경기에서 임도헌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23.9.22/뉴스1

임도헌 감독이 지휘한 남자 배구대표팀은 대회 개회식 전날인 9월22일 대회 12강전에서 파키스탄에 덜미가 잡혀 탈락했다.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에 금메달을 노렸던 남자 배구대표팀은 1962년 자카르타 대회(5위) 이후 61년 만에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지난달 23일 ‘결전의 땅’ 항저우로 건너온 남자 농구대표팀은 남자 배구의 탈락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허훈은 “(남자 배구의 12강 탈락 소식을 들으니) 갑자기 오싹해진다”며 “방심하지 않고 죽기 살기로 뛰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남자 농구대표팀도 남자 배구대표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물을 냈다. 남자 농구와 남자 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동반 노메달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자 배구가 메달을 따지 못했던 1962년 자카르타 대회에서도 남자 농구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또한 남자 농구가 4위에 그쳤던 2006년 도하 대회에서는 남자 배구가 금메달을 따며 첫 2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번 항저우 대회에서는 두 대표팀 모두 소득이 없었다. 새 시즌 개막을 앞둔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흥행의 불쏘시개가 되어주길 바랐지만 오히려 국제 경쟁력 없고 수준 떨어지는 현주소만 확인됐다.

(항저우(중국)=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