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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10명 중 6명 “직장내 괴롭힘 당했다”…한국노총 조사

입력 | 2023-10-04 14:58:00

한국노총, 조합원 1600명 대상 조사
민간부문보다 공공부문 11.9%p 높아
국제노동기구 190호 협약 비준 촉구




임금근로자 10명 중 6명은 직장 내 괴롭힘이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4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 따르면, 한국노총 여성청년본부와 중앙연구원이 지난 6월15일부터 30일까지 남녀 조합원 1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비율은 61.5%였다.

성별로는 여성이 68.9%로, 남성(48.8%)보다 높게 나타났다.

직급별로도 차이가 있었다. 사원급이 51.6%로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고 대리급 30.1%, 과장급 12.9%, 차장급 2.5%, 부장급 이상 2.9%로 직급이 높아질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가해자 지위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관리자)가 58.3%로 과반을 차지했고 사용자가 18.5%, 비슷한 직급의 동료 17.5%, 사용자의 친인척 3.3%, 원청업체 관리자 또는 직원이 1.5%, 하급자 1.0% 순으로 나타났다.

민간부문은 59.3%, 공공부문은 이보다 11.9%포인트 높은 71.2%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상대적으로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문화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체적 폭력이나 위협 ▲언어폭력 ▲사생활 침해 ▲직장 내 따돌림 ▲직무배제 및 위협 ▲직무강요 및 통제 ▲제도적 제한(연차휴가 등)으로 유형화했다.

이 중 언어폭력 유형이 46.3%로 가장 높았다. 특히 ‘다른 사람이 보는 자리에서 큰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냄’이 가장 많았고, 월 1회 이상 지속·반복적으로 경험했다는 응답도 48.4%에 달했다.

직장 내 따돌림을 당했다는 응답이 39.5%, 제도적 제한은 38.4%, 직무배제 및 위협은 31.3%로 뒤를 이었다.

한국노총은 이번 조사에서 성적 괴롭힘 실태에 대한 질문을 따로 실시했다. 유형은 ▲성별에 의한 일반화 및 낙인 ▲성역할 고정관념 ▲성별비하·혐오발언 ▲부적절한 호칭 및 지칭 ▲외모지적 및 품평 ▲성희롱 등 6개 범주로 나눴다.

조사 결과 직장 내 성적 괴롭힘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은 53.0%, 남성은 27.0%로 남성에 비해 여성이 높게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특정 성별에 특정 역할을 강요하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31.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역시 여성(39.4%)이 남성(16.8%)보다 응답이 높았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대응으로는 ‘특별한 대처를 하지 않았다’가 38.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이직·퇴사를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이 26.2%, ‘휴직하거나 휴가 신청’은 5.8%였다.

연구를 수행한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실태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직장 내에서 개인의 인격권과 평등권, 건강권 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직장 내 괴롭힘의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점이나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사용자가 아닌 고용노동부 등 외부기관을 통해 신고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퇴사로 이어지는 점 등은 여전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의 직장 내 괴롭힘 정의는 독일이나 프랑스와 달리 단발성 혹은 일회적인 행위라고 할지라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무엇보다 법원의 괴롭힘 위법성 판단기준인 지속성과 반복성과 불일치되는 문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사업장 노동자의 직장 내 괴롭힘 보호방안 마련 ▲직장 내 괴롭힘 법적 판단기준과 현행 개념 정의방식 일치 ▲소규모 사업장 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2차 가해 구제방안 ▲법 개정을 통한 사업주의 증명책임 부담명시 등을 정책 과제로 꼽았다.

한국노총은 해당 조사를 토대로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근절’ 내용을 담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190호 협약의 국내 비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오는 5일 열고, 관련 서한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