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재단 유튜브 캡쳐
노벨화학상은 ㎚(나노미터) 수준의 작은 금속 입자인 ‘양자점(퀀텀닷)’을 개발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4일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알렉세이 에키모프 나노크리스탈 테크놀로지 대표, 루이스 브루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모운지 바웬디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양자점은 인류에게 가장 큰 혜택을 가져다 줬다. 과학자들은 미래에 양자점이 유연한 전자 장치, 작은 센서, 얇은 태양 전지, 양자 통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며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이들은 1100만 크로나(13억6000만 원)를 3분의 1씩 나눠갖게 된다.
수상한 세 명의 과학자는 양자점의 광학적 특성을 발견하고, 이를 산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화학적 합성법을 개발한 과학자다. 알렉세이 에키모프 나노크리스탈 테크놀로지 대표, 루이스 브루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각각 1981년, 1982년에 금속 원자 덩어리의 크기가 달라지면 방출하는 빛의 색이 달라지는 ‘양자 크기 효과(퀀텀 사이즈 이펙트)’를 처음으로 발견해 논문을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양자의 크기가 달라지면 크기가 달라진다는 정도의 재미있는 과학적 사실을 발견했다고 여겨졌다. 모운지 바웬디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교수가 1993년 양자점의 크기를 다르게 화학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면서, 양자점은 산업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정소희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는 “바웬디 교수는 양자점으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응용 방법을 다 연구하고 시도했다”며 “산업적 응용에서의 확산을 가능하게 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이 양자점을 원하는 크기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200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현 단장의 논문은 3000회 이상 인용돼, 2020년 글로벌 학술정보 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가 노벨화학상 후보로 현 단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양자점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익숙한 삼성전자의 ‘퀀텀닷 디스플레이’가 바로 이 양자점을 활용한 디스플레이다. 양자점의 경우 크기에 따라 다른 빛을 스스로 방출하기 때문에 빛을 내주는 ‘백라이트’가 필요없다는 점, 표현할 수 있는 빛의 범위가 매우 넓다는 점에서 큰 강점을 갖는다.
최근에는 양자점을 활용한 센서, 양자 통신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양자점을 이용하면 기존의 소자보다 훨씬 세밀하게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예민한 센서를 만드는 데 적합한 소자다. 가령 피부가 흡수하는 파장이 피해서 빛을 흡수할 수 있는 영역의 양자점을 만들면 피부를 통과한 빛도 검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려면 야간에서도 물체를 잘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필요한데, 이런 방면에서도 양자점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자점이 하나의 광자를 감지하거나, 혹은 광자를 생성해낼 수도 있어 양자 통신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민행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물질 개발 연구에서는 그 물질이 상용화가 돼 일상생활에 적용이 되었느냐가 노벨화학상 수상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며 “그 점에서 양자점이 큰 가점을 얻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노벨화학상에서는 발표 시점보다 약 2시간 40분 전 수상자 명단이 유출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에게도 1~2시간 전에야 연락을 할 정도로 보안에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로이터, AP통신 등은 수상을 앞두고 노벨위원회가 스웨덴 언론에 보낸 안내 e메일에 노벨화학상 수상자 3명의 이름을 실수로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요한 외크비스트 노벨화학위원장은 로이터통신에 “스웨덴 왕립과학원의 실수”라면서도 “(노벨상 결정) 회의는 오전 9시30분(한국시간 오후 4시 30분) 시작됐고 수상자가 아직 선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결국 노벨화학상은 유출된 명단에 있던 3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